한국일보

왜 짜증인가

2019-05-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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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 정성도 그런 지극 정성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을 배려하는 마음 말이다.

또 쏴댔다. 미사일을. 그것도 두 차례나. 사정거리로 보아 메시지는 분명하다. 서울을, 주한미군 기지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시위이자 도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공식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면박성의 비난이다.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 라고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


북한은 도대체 왜…. 던져지는 질문이다. 지난 10년 사이 최악의 식량난을 맞고 있다. 전체 인구의 40%인 1,01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린다. 올해 136만 톤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 외신이 전하는 북한의 상황이다.

그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겠다는 데 왜 짜증인가. 그것도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북한정권은 특히 체면과 자존심을 중시한다. 남북관계에선 더 그렇다. 때문에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으로 식량을 받아도 당당히 폼 나게 받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말이다.

없는 사람에게 남은 것은 자존심밖에 없다. 그 자존심에 상처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딴은…’이란 생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는 ‘굶주리는 인민은 김정은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는 데서 근본적인 답은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김정은에게 ‘우선순위 넘버 1’, 그러니까 지상과제는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자신으로 이어져온 김씨 왕조 수령유일주의 체제유지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특히 ‘출신성분’도 신통치 않은 일부 북한주민이 굶어죽든 말든 그건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출신성분으로 품계가 정해진 북한사회에서 평양시민은 성분이 가장 좋은 특별시민이다. 이 평양시민들의 영양상태는 양호하다. 보통의 북한 어린이들은 영양부족으로 남한 어린이들에 비해 아주 왜소하다. 평양특별시 어린이들의 평균 신장은 남한 어린이와 비슷하다.

만성적 영양부족 상태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보통의 주민이거나, 성분이 안 좋은 인민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이런 주민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김정은으로서는 짜증이 날 수 밖에.

뭘 그러면 어떻게 도와야 김정은은 흡족해 할까. 북한에 내려진 각종 제재를 해제시켜 김정은의 통치행위를 돕는 것이다. 그 첫 조치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다.

그러니까 하찮은 인민들이 굶어 죽는데 신경 쓰지 말고 ‘나, 김정은을 도우라’는 것이 북한관영 미디어들이 일관되게 보내고 있는 메시지라는 것이 아시아타임스의 분석이다.

그건 그렇고, 출신성분 최악의 북한주민은 어떤 처우를 받을까. 식량배급 같은 건 기대할 수 없고 강제수용소로 가지 않으면 다행이란 것이 국제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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