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립유공자 유해봉환 유감

2019-05-20 (월) 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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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유해봉환 유감

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때 중앙역 근처의 운하수로 옆에 위치한 한인 식당의 주인으로부터 덴 하그(헤이그)의 캄퍼훌리스트라트(kamperfoeliestraat) 선상에 있는 어느 공동묘지에 이준 열사의 묘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초 여행 일정에는 없었지만 이준 열사의 묘소가 있다는 말에 여행 일정을 변경하여 헤이그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준 열사 묘소는 공동묘지 입구에 있는 관리건물 바로 뒤쪽에 다른 묘소보다 훨씬 크게 잘 정돈되어 있어서 눈에 쉽게 띄었다.

이준 열사의 흉상이 묘소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고 오른 편에 ‘일성 이준열사의 묘적’이라는 비석이 서있었다. 흉상 좌우에는 추념문이 한글과 영문으로 동판에 크게 새겨져 있었다.


일단 꽃다발을 흉상 아래 제단에 올려놓고 묵념을 드렸다. 정말 가슴이 뭉클한 순간이었다. 1907년 이준 열사가 이곳 헤이그에서 개최된 만국평화회의에 와서 1905년 이루어진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고 조선의 독립을 청원하고자 했던 그 역사적인 사실을 상기했다.

그러나 곧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그냥 굳어버렸다. 한글로 된 추념문에 “이곳은 일성 이준열사의 묘적이다.…1907년 7월14일 분사 순국함으로써… 56년 동안 이곳에 안장되셨다가 1963년 조국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대한민국 정부는 열사의 70주기를 기하여 새로이 동상을 건립하여... 기리는 바이다.”

결국 나는 이준 열사의 ‘빈 묘’에 묵념한 셈이었다. ‘허전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이후에 종종 한국 정부가 해외에서 순국한 독립유공자들의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한다는 기사를 접할 때 마다 나는 헤이그의 이준 열사 묘소를 찾은 나의 경험을 떠올리며 유해봉환에 대해 유감스러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금년에도 카자흐스탄에서 계봉우, 황운정 지사의 유해가 봉환됐고, 내년에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도 봉환된다고 한다.

100여 년 전 독립유공자들이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시절에는 그 곳에 한인들이 별로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독립유공자들의 유해를 보살펴줄 한국정부의 여력이나 현지 한인들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정부의 충분한 경제력과 함께 약 750만명의 한인들이 세계의 곳곳에 거주하고 있으며 대도시에는 대부분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제는 해외에서 순국한 독립유공자들의 유해를 좁은 한국 땅으로 자꾸 봉환해갈 것이 아니라 현지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코리아타운의 한인들과 협력하여 독립유공자들의 유해를 그들이 활동했던 현지에서 잘 모시고 기념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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