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강한 나라

2019-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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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 하면 많은 사람들은 파에야(paella)를 떠올린다. 파에야란 원래 음식을 볶을 때 쓰는 ‘팬’이란 뜻으로 여기에 쌀과 야채, 고기와 해산물을 넣고 솔방울이 든 솔가지와 오렌지 가지를 태운 불로 만든다. 이렇게 하면 음식에 나무 향이 배어 스페인 특유의 맛을 내게 된다.

그러나 정작 스페인 사람들은 이를 스페인이 아니라 발렌시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본다. 음식의 역사도 19세기 중반 발렌시아 인근 알부페라 호수 근처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그다지 긴 편은 아니다.

스페인 사람들로부터 널리 사랑받고 역사도 깊은 음식은 사실 ‘가스파초(gazpacho)’다. 토마토를 주 원료로 하고 여기에 오이, 양파, 피망을 넣은 후 마늘, 식초, 후추로 간을 하고 올리브기름을 섞어 만든 후 차게 해 먹는다. 안달루시아 지방이 본산으로 원뜻은 아랍 말로 ‘물에 젖은 빵’이라 하니 옛날 아랍사람들이 여기에다 빵을 찍어 먹은 모양이다.


재료 모두 건강식이지만 그 중에서도 토마토에 들어 있는 라이코펜 성분은 세포를 해치는 활성산소를 잡아주고 항암효과가 있으며 심혈관 질병 예방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다 가스파초를 만들 때 사용되는 올리브기름은 지용성인 라이코펜을 녹여 체내 흡수를 돕는다.

올리브기름은 그 자체로도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의 경화를 방지해 준다. 올리브기름을 즐겨 먹는 지중해 연안 지역 주민과 기타 지역 주민들의 심장병 발병률은 심하게는 수십 배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가스파초는 다른 음식들과 달리 끓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열을 가하면 파괴되는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가 그대로 흡수된다.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건강식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스파초 덕분인지 블룸버그가 발표한 올 세계 건강지수에 따르면 스페인이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국가로 뽑혔다. 한국은 17위로 한참 후지만 아시아에서는 4위 일본과 8위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다.

2위는 이탈리아로 역시 지중해권 국가다. 야채와 해산물, 치즈와 올리브기름을 풍부히 먹고 적포도주를 즐기는 지중해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나왔지만 이번에 그 효과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워싱턴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스페인은 204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사람들이 건강한 것은 음식도 음식이지만 의료제도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간단한 1차 진료와 응급실 이용은 무상이다. 치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어 발병률도 낮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35위로 갈 길이 멀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미국이 이렇게 된 것은 오바마케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이 없고 패스트푸드 등 먹는 음식도 건강에 나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살찐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을 든다. 미국 성인의 2/3가 비만이며 아동 포함 청소년도 1/3이 그렇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먹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져 가는 햄버거와 콜라 양만 줄여도 고도 비만환자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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