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문을 읽으며 불편할 때

2019-05-16 (목)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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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읽으며 불편할 때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아침에 일어나서, 문 앞까지 배달된 한국어 신문을 읽는 것은 내 오래된 습관 중의 하나이다. 최근에 는 한국판의 정치, 사회, 문화, 연예 부문에서 모르는 이름이 많아져 읽는 재미가 줄었지만, 사설이나 오피니언 란의 좋은 글들을 즐기는 것이 내가 아직 신문을 열심히 읽는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한 가지 현상을 주목하게 되었다. 신문에 외국어 어휘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세계가 일일생활권이 되었으니, 외국에서 일어나는 뉴스에는 편의상 외래어 그 중에서도 주로 영어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이해할만하다. 또는 한국어에서 적합한 번역어를 찾기 어려워 원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글쓴이가 오래 영어권에서 살았고, 교육받은 기간이 길어서 영어 어휘 사용이 자주, 쉽게 나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외국어 중에는 오랜 세월을 통해 한국어에 흡수, 동화되어서 외국어란 느낌이 별로 없는 단어들이 많다. 아파트, 호텔, 마켓, 메뉴, 뉴스, 세일 같은 말들이다. 이들 단어와는 대조적으로 아직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아서 외국어라는 느낌이 뚜렷한 단어들이 미주판, 한국판 구분 없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아킬레스건, 어젠다, 핫이슈, 레임덕, 모럴해저드, 모멘텀, 싱크탱크 등이 지난 며칠 한국판에서 읽은 예들이다. 물론 현재는 친숙하지 못한 이들 외국어도 가까운 장래에 한국어에 흡수되어 일상의 단어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 이와는 역방향으로 한국어 단어가 영어에 흡수되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의 생활 속에 또 언론매체에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호교류를 통한 외국어 흡수 현상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외국어의 흡수, 동화는 해당국들의 어휘를 풍부하게 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래어 사용은 다소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신문을 읽으면서 불편한 느낌이 드는 때가 또 있다.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접할 때이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본다.

대학입시를 비롯해 각종 시험이 생활의 일부가 된 현대사회에서 ‘난이도’라는 말은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되었다. 문자 그대로 어렵고(難) 쉬운(易) 정도라는 말이어서 “난이도의 차이가 컸다” 라거나 “난도가 높았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그런데 “금년 대학입시 중 수학문제의 난이도가 높았다”는 문장을 마주할 때가 있다. 문법적으로 분명히 틀린 말이다.

두 번째 예로 최근 부동산 관련 기사에서 “A지역의 주택중간가가 B지역 가격보다 3배가 낮았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배(倍)’라는 말과 ‘낮았다’는 말을 한 문장에 쓰는 것은 어색하다.

언어는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는 생명체와 같아서 어제의 문법이 오늘의 용법에 밀려나는 예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영어에서도 ‘who’라는 주격이 ‘whom’이라는 목적격을 대화에서는 물론이고 인쇄매체에서도 밀어 내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언론매체에 그대로 쓰이는 것은 문제라는 생각이다.

현재 가장 적합하고 정확한 표현을 찾아 쓰는 노력은 글 쓰는 사람들의 기본책임이라는 것이 수십년 신문을 열심히 읽어온 한 독자의 의견이다.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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