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룩한 그 이름, 어머니

2019-05-11 (토)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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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이란 말을 사람에겐 붙일 수 없으나 오직 한 사람, 어머니에게는 거룩하다는 최고의 존칭을 드리고 싶다. 진짜 희생은 어머니가 하신다. 자식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는 분이 어머니다.

부산 피난 시절 나는 어머니와 둘이서 상자 조각들로 꾸려진 소위 ‘하꼬방’(상자 방)에 살았다. 부엌이 따로 없어 한 데에 솥을 걸고 밥을 지었다. 비오는 날이면 온 몸에 비를 맞으며 솥 앞에 앉아계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의 고향은 38선 이북인 해주였는데 어머니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나를 보기 위하여 그 위험한 38선을 세 번이나 건너다니며 나를 보고 가셨다. 목숨을 건 사랑인 것이다. 나는 별로 자랑거리가 없는 인간이지만 어머니를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내가 모신 것 한 가지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뜻을 무조건 따라준 아내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어머니는 아이를 키운 양육자일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간호사이며 요리사이며 재봉사이며 청소부이며 상담자이며 운전기사이기도 하셨다. 어머니 같은 놀라운 기술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이들이 가지고 간 떨어진 인형의 목도 어머니는 스카치테이프 한 토막으로 다 고치셨다. 어머니는 최고의 명의. 열이 펄펄 날 때도 아이의 이마에 어머니의 이마를 맞대 주시면 그 열이 모두 어머니의 이마로 옮겨갔다.


어머니는 최고의 명탐정, 양말짝이든 소꿉놀이든 어머니는 무엇이나 다 찾아내셨다. 어머니는 천사, 어머니의 노래는 아이들을 잠들게 하고 하늘나라를 구경시켜 주셨다. 어머니는 아이들의 수호신, 무서울 때도 슬플 때도 어머니만 곁에 계시면 모든 걱정이 다 사라졌다. 어머니는 학자, 쉴 새 없이 퍼붓는 아이들의 질문을 무엇이나 대답하여 주셨다. 아이들의 처음 학교는 어머니의 품, 아이들의 처음 교실은 어머니의 무릎이었다.

어머니는 숭고한 기도자, 아이가 잠잘 때도 정신없이 놀며 엄마를 잠시 잊었을 때도 아이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셨다. 실상 아이들의 성전은 어머니의 가슴, 어머니의 미소는 하나님의 미소였다. 어머니는 평생의 교통순경, 어머니가 주시는 영향이 그 아이의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호화주택이 천국이 아니라 어머니가 계시는 곳이 천국이다.
어머니는 울면서 아이를 꾸짖었고 울면서 아이의 종아리를 때렸다.

아이들아 너희는 아느냐? 너의 슬픔이 엄마의 슬픔이고 너의 기쁨이 엄마의 기쁨이었으며, 너의 성공이 엄마의 성공이고 너의 부끄러움이 엄마의 부끄러움이었다는 것을! 모두가 너를 비난해도 엄마만큼은 네 편이었고, 모두가 너를 떠나도 엄마는 최후까지 너를 지켜주셨다. 아 어머니! 과연 그 이름은 거룩한 이름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어머니 로즈 케네디가 별세했을 때 뉴욕타임스는 그 조문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그녀는 9남매를 낳아 키우는데 아이 하나하나에 엄마로서의 정열을 쏟았다. 어느 아들이 선거에 나간다고 하면 입후보한 당사자보다 더 열정적으로 온 집안을 동원하여 선두 지휘하였다. 미국의 3대 명문으로 아담스, 루즈벨트, 케네디 가문을 드는데 그런 명 가문을 일군 것은 로즈의 열정 때문이었다. 그녀는 독실한 신앙으로 자녀들을 교육하였다. 한 아들이 비행기 사고로 죽고, 두 아들이 암살당하고, 한 딸은 정신박약자가 되었지만 로즈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어머니로서의 사명을 다하였다.”
어머니는 시인이다. 아이들 가슴에 꿈을 담아주셨다. 지구는 돌고 문명은 오고 갔으나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오직 하나의 거룩한 이름이 어머니였다. 당신은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정말 아는가?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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