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세대 리더’ BTS

2019-05-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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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밤 BTS(방탄소년단) 공연이 열린 패사디나 로즈보울 스테디엄을 뒤덮은 환호성은 새로운 팝의 제왕이 등극했음을 추인하는 팬들의 함성이었다. 이틀 간 6만석의 스탠드를 발 디딜 틈 없이 메운 팬들은 한국 젊은이들의 노래 한 소절 한 소절, 춤동작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했다. 워낙 큰 무대라 인기정상의 스타들도 공연장으로 잡길 꺼린다는 로즈보울을 이틀 연속 꽉 채운 BTS는 팝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년 전 불기 시작한 BTS 열풍은 시간이 갈수록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지난 해 4만석의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매진시켰을 때 많은 이들은 BTS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BTS는 여보란 듯 새로운 앨범과 더 큰 공연들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로즈보울 공연에 대해 미국언론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LA타임스는 “K-팝이 팝을 접수했다”는 한 음악평론가의 말을 인용했다. 지역 TV 방송사들도 공연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전하면서 “특히 팬들이 BTS의 모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수만 관중들이 정확한 한국어로 BTS의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르는 모습에서 왜 이들의 선풍적 인기가 ‘문화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비평가들은 SNS를, 팬들은 가사와 음악을 이들의 성공이유로 꼽지만 무엇이 원동력이 됐든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BTS가 미치고 있는 영향력은 팝 아티스트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크다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주목해 질 들뢰즈와 발터 벤야민의 철학개념과 예술이론으로 BTS 현상을 풀어낸 책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의 영향력에 비춰볼 때 한국의 일곱 젊은이들에게 ‘차세대 리더’(Next Generation Leaders)라는 호칭과 평가가 뒤따라 다니는 것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이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BTS를 ‘차세대 리더’로 선정하고 이들의 성공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UC버클리 학생들이 만드는 강좌인 디칼 프로그램의 하나로 ‘차세대 리더: BTS’ 강좌가 개설되기도 했다. 2학점짜리 이 강좌는 개설되자마자 수강신청이 끝나버렸다.

소년으로 활동을 시작한 BTS 멤버들은 이제 청년이 됐다. ‘방탄소년단’이란 그룹명이 조금 무색한 나이에 이르렀지만 이들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무엇이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일까. 멤버들의 인터뷰를 보면 인기에 도취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경계하는 모습이 보인다. 리더인 RM은 “인기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우린 전용기를 타고 스테디엄에서 공연하지만 내 것처럼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BTS가 이런 성숙함을 바탕으로 안주하지 않고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차세대 리더’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게 아주 오랫동안 젊은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팝 무대를 누빌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지속적 성공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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