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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보울 퍼레이드’ 전 세계 생중계되는 도시, 사우스 패사디나

2019-05-03 (금) 유정원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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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열리는 ‘로즈보울 퍼레이드’

▶ 캘리포니아 사우스 패사디나

사우스 패사디나라는 지명은 오해를 자주 받는다. 사우스 패사디나는 패사디나의 남쪽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동네가 아니다.

시청 청사까지 갖춘 어엿하게 독립 된 도시다. 아마도 사우스 패사디나 주민이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는 주장도 이 점일 것이다. 사우스 패사디나가 패사디나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특유의 개성과 매력을 풍성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태여 패사디나와 분리해 별도로 행정 구역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패사디나는 매해 첫 날 로즈보울 퍼레이드를 벌이며 전 세계에 생중계 되는 큰 도시다. 그러나 사우스 패사디나는 크고 화려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번잡함과 첨단을 거부한다. 패사디나와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중간의 조그만 능선에 터를 잡고 주민들은 조용하게 일상을 일구며 아기자기한 문화를 탐닉한다.

사우스 패사디나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올드타임’이다. 그러나 퇴색하고 빛바랜 올드가 아니라 세련되고 농익은 생활 속 문화를 즐긴다. 오래된 상점은 지금도 성업 중이고 100년을 훌쩍 넘긴 건물 안에서 실제삶이 진행 중이다.

사우스 패사디나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페어옥스(Fair Oaks) 애비뉴와 미션(Mission) 스트릿이 만나는 사거리는 이런 사우스 패사디나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시발점이다. 그리고 미션 스트릿을 따라 매리디언(Maridian) 애비뉴에 이르러 메트로 전철 건널목을 만나는 지점까지 여유로운 산보가 이어진다.

사거리 코너 한편에는 한눈에 보아도 50년대 스타일로 보이는 건물에 ‘페어옥스 파머시 앤 소다 파운틴’(Fair Oaks Pharmacy & Soda Fountain)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약국은 과거에 각종 소다 음료수와 캔디,초컬릿을 살 수 있는 동네 명소였다.

사람들은 쓴 약과 달콤한 사탕을 모두 이곳에서 공급 받았다.

사우스 패사디나를 찾는 방문객은 미션 스트릿에서 아득한 추억의 재미를 바로 패어옥스 약국에서 맛볼 수있다. 스몰 타운의 전형적인 약국이 옛 모습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쉽게 먹기 힘든 고급 수제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셰이크와 프로즌 음료수들이 이곳에는 즐비하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핫도그와 햄버거 등 점심 메뉴도 유명해 주말 오후에는 제법 줄이 설 정도다.


복고 흐름은 주류사회에서도 요즘 대세다. 흘러간 과거의 한적하고 정감 넘치는 판타지를 이곳에서 사람들은 만끽한다.

미션 스트릿과 붙어 있는 프리몬트(Freemont) 애비뉴에는 ‘피오레 마켓 카페’ (Fiore Market Cafe)가 발길을 끌어 당긴다. 이 식당의 주인 앤과 빌 디셀호스트는 수년 동안 비즈니스를 하다 로컬 분위기를 살린 새로운 식당을 열었다.

이탈리아 여행 중 현지의 매력에 흠뻑 빠진 두 사람은 그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카페를 차렸다.

이곳의 모토는 ‘천천히’ 그리고 ‘로컬’이다. 지역에서 키운 신선한 식재료를 쓴다. 동네 사람들은 바에 앉아 수다를 떠들며 친목을 다진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휘감은 긴장의 끈을 놓는다. 동네 주민에게 이 조그만카페는 그야말로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미션스트릿 선상에 위치한 멘치스 프로즌 요거트(Menchie’ s Frozen Yoger)에서는 각종 토핑을 얹은 요거트를 먹어야 한다. 거리를 걸으며 구경에 빠졌던 다리에 휴식을 주는 시간이다. 이곳의 과일도 모두 로컬 푸드이며 계산은 토핑 개수가 아니라 무게를 재어 지불하게 된다. 마음 내키는 대로 수많은 종류의 토핑을 한번에 맛보는 기회다.

사우스 패사디나의 미션스트릿 여행은 철길 건널목을 만나면서 끝을 맺는다. 아이스크림을 핥고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면서 곳곳에 숨겨진 소형 갤러리와 뮤지엄 등을 들락거리다 보면 어느새 땡땡 거리는 경고음과함께 차단기가 내려져 길을 막는다.

이런 정경 역시 미션스트릿이 선사하는 보너스의 기쁨이다. 길을 걷다 건널목에서 기찻길 건너편을 무심하게쳐다 본 적이 언제이든가.

사우스 패사디나에는 특히 한인목사들이 많이 거주한다.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는 심심치 않게 한인 목회자들과 마주친다. 멀지 않은 패사디나에 풀러신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수한 사우스 패사디나 학군도 이런 연유에 한 몫을 한다. 큰길가 옆에 보이는 중학교 건물은 마치 영국 사립학교처럼 고색창연하다. 남가주 한복판 멀지 않은 곳에 사우스 패사디나가 있다. 그곳에 가면 이익을따라 부초처럼 흔들리는 세태를 떨치고 오래된 옛 골목의 안정감을 다시 되찾을 지도 모른다.

<유정원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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