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모한’ 혹은 ‘담대한’도전

2019-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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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치러지는 대선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대만계 이민 2세 앤드루 양(44)은 사상 첫 아시아계 민주당 대선후보이다. 인도 출신 어머니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를 둔 카말라 해리스도 아시아계로 분류되지만 출마선언 순서로 볼 때 최초의 민주당 후보는 앤드루 양이다. 최초로 대통령에 출마한 아시아계는 하와이 연방상원의원으로 1964년 공화당 경선에 나섰던 히람 퐁이었다.

앤드루 양은 뉴욕 출신으로 컬럼비아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이다. 기업변호사와 스타트업 공동창업자로, 그리고 대입전문 학원기업 경영인으로 상당한 부를 쌓은 그는 2012년 ‘벤처 포 아메리카’(VFA)라는 비영리 벤처창업 지원 기관을 만들어 벤처 소외지역에 인재들을 보내주는 프로젝트를 시행해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2012년 ‘변화의 챔피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앤드루 양은 기업인으로, 그리고 사회사업가로 성공했지만 그의 출마선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대중들 사이의 지명도 또한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최소 20개주에서 총 8만 명으로부터 선거자금 후원을 받음으로써 오는 6월 실시되는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 참가할 자격을 확보했다. 군소후보였던 그는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과 비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앤드루 양이 꾸준히 지지기반을 넓혀올 수 있었던 데는 혁신적인 내용의 공약 덕이 컸다. 그의 핵심공약은 18세에서 64세 사이의 미국인 전체에게 매달 1,000달러씩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도입이다. 자동화와 로봇의 위협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생활을 보호하기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소신은 캠페인 슬로건인 ‘휴매니티 퍼스트(Humanity First)’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앤드루 양의 현재 지지율은 1~3% 정도이다. 그는 토론회를 거치면 지지율이 더욱 오를 것이라 자신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후보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200대 1 확률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설사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 해도 자신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조금씩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앤드루 양이 지난 주 또 한 가지 뉴스로 언론에 올랐다. 사상 최초로 대선 캠페인에 3D 홀로그램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홀로그램 방식으로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겠다는 발상이다. 오는 6월 사용을 목표로 현재 홀로그램 전문기업과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벤처문화 속에서 성장한 때문인지 그의 공약과 캠페인 방식은 꽤나 혁신적이다.

낯선 것도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한 것이 된다. 길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앤드루 양의 도전이 조금은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한인사회가 그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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