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과 사회가 원하는 인재

2019-04-17 (수)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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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재차 ‘대입 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입학사정관이 꼽은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열정’, ‘배움을 즐기는 마음가짐’, ‘실패와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이겨내는 노하우’, ‘개성과 특별함’, ‘잠재력’, ‘창의성’, ‘소통 능력’ ‘비판 의식’ 등등... 잠깐,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인재상 아닌가? 그렇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재 또한 바로 저 요소들을 두루 갖춘 사람이다!

위에서 제시된 요소들은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누구나 열정을 가지고 배움을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스트레스도 긍정적으로 이겨내고, 나만의 특별한 능력을 이 사회에서 발휘하길 소망한다. 다만 쉽지 않을 뿐이다.

입학사정관이 제시한 이 판타지 가득한 인재상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수퍼맨의 능력처럼 허무맹랑하지만, 학생들에게 제시해주는 명백한 사실이 하나 있다. 대학과 사회는 더 이상 공부만 잘 하는 학생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10대 시절에 ‘진정한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며, 무엇을 위해 일생을 살아가야할 지에 대한 확고한 목표의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의 일부로 공부를 해야 한다. 단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포토폴리오에 한 줄이라도 더 기입하기 위한 스펙을 쌓는다면 대학이 제시하는 인재상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열정, 개성, 창의성 등은 맹목적인 공부만으로는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존의 교육방식을 고수하면서 학생 스스로 사회가 만들어놓은 목표를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식 교육에 익숙한 한인 학부모들은 미국에서마저 자녀들에게 학원과 과외를 병행시키며 주입식 교육에 힘쓰고 있다. 이 방식으로 자녀들을 GPA 만점, SAT 만점을 받는 공부의 신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미래형 인재로 키우기는 어렵다.

‘2030년이면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여러 미래학자들의 대학소멸론이 부각되는 현재 상황에서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대학의 효용 가치는 지금과는 매우 다를지도 모른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함에 따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 7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점쳐지는 미래 세계에서 단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은 경쟁력을 잃는다.

인공지능이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미래사회가 원하는 인재다. 미래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을 해야만 한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들 스스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들을 체험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주체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지난달 대학입시 결과를 마주하고 울고 웃었던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다음 스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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