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난 왜 안 돼?”

2019-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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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참전군인 조 콜린스는 기성 정치인들이 밀레니얼 세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심장내과의사 앤드류 정은 미국인들에게 적절한 영양에 대해 각성시킨다면 대부분 사회문제가 해결된다고 믿기 때문에, 투표 자격 없는 복역수 조셉 캠프는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을!” 내걸고 2020년 대권에 도전한다.

이들은 4월8일까지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출마신청 서류를 접수시킨 670명 대선주자 중 일부다. 버니 샌더스 등 민주당 226명, 도널드 트럼프 등 공화당 84명, 자유당 24명, 녹색당 14명 등을 포함한 숫자다.

미국대통령 출마 자격은 간단하다. 미국에서 태어난 35세 이상의 시민으로 14년 이상 미국에 거주했다면 기본 자격은 갖추어진 셈이다. 연방선거법에 의하면 5,000달러 이상 모금하고 그 만큼의 선거경비를 지출해야 ‘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 5차례 대선을 거치며 출마신청은 325%나 늘어나 2016년엔 1,777명에 달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돈과 표의 지지확보로 하룻밤 사이 ‘깜짝 스타’ 탄생이 가능해졌고, 트럼프 당선으로 ‘자신감’이 폭등했으니 출마신청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무명후보들이야 예전부터 풍자하는 재미, 이름나는 재미 등 심심풀이 출마가 절대 다수다. 그러나 민주 19명, 공화 2명의 후보는 ‘지명도’ 갖춘 정치인들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소수의 민주 후보들을 제외하면 승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대선출마는 돈도 많이 들고 심신을 지치게 하는 고된 과정이다. 그런데 왜 낙선이 뻔한 출마를 하는 것일까. 공화전략가 앤토니아 페리어는 이런 돈키호테식 출마이유를 “정치인에게 대선은 가장 효과적인 자기 홍보다. 잃는 것은 없고 얻는 것만 있다”라고 정리한다.

요즘 민주·공화 양당의 경선이 끝나면 1명의 대선 후보만 나오는 게 아니다. 많은 ‘승자’가 배출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한다. 2016년 초만원을 이루었던 공화당의 대선필드가 좋은 예다. 패한 후보들 중 벤 카슨과 릭 페리는 트럼프 내각의 장관으로 발탁되었고, 테드 크루즈·린지 그레이엄·마르코 루비오는 상원에서의 영향력이 커졌으며 마이클 허커비와 릭 샌토럼은 케이블뉴스와 계약을 맺었다.

1990년대 연방하원의장을 지낸 후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다 2012년 공화 대선에 출마했던 뉴트 깅리치는 지명 근처에도 못 갔으나 전국적 명성은 되찾았다. “일생 지속되는 지위를 준다. 전 하원의장에 더해 전 대선후보…나쁘지 않다.”

물론 평등사회, 환경보호, 세계평화, 작은 정부 등 특정 어젠다와 이념 실현을 위해 출마하는 후보들도 있다. 그러나 경선은 많은 정치인들에게 각료자리 오디션도 되고 장래의 선거를 위한 프로필 구축과 기부명단 확대, TV 계약이나 강연료 인상의 기회도 된다. 거기에 더해 트럼프 당선 이후 “난 왜 안 돼?(Why Not Me?)”의 심리가 강해졌다.

계속되던 2020년 출마설을 일축한 배우 드웨인 존슨의 말을 기억할 만 하다. “트럼프가 증명한 것은 누구라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과 아무나 대선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대선까진 500여일 남았으니 최소한 수백명은 더 출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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