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를 믿어도 되나. 공신력 있는 기관이 중립의 입장에서 과학적인 최첨단의 기법을 동원해 실시한다. 그것이 여론조사에 대한 다소 고전적인 믿음이었다. 2016년을 기점으로 그 믿음에 금이 갔다.
미 주류언론들은 거의 다 투표일 전날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율을 80%이상이라고 호언장담 했다. 각급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그 같은 예측을 했던 것이다.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미국 대선뿐이 아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도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부결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실은 반대로 나타났다.
이처럼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와 관련, 대형 여론조사 기관들이 실제 투표 결과와는 너무나 다른 엉터리 예측을 내놓으면서 유행을 탄 말이 ‘숨겨진(shy) 보수’다.
“미국에 이처럼 분노한 소수층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2016년 11월 미국대선 직후 뉴욕타임스의 폴 크루그먼이 내뱉은 한탄이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불만과 분노로 가득 찬 계층이 있다. 그 계층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대재앙의 해’였다고 할까. 그 2016년 이후 주목되고 있는 일종의 세계적 현상이다.
그 세계화의 대열(?)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 한국이고, 또 여론조사인 모양이다. 선거 때마다 번번이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나온 여론조사들도 그랬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가장 큰 관심이 몰렸던 경남창원 성산 보궐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의 여론조사들을 보자.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를 한 정의당 후보가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많게는 거의 두 배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투표일 한 주 전 그 차이는 24% 포인트였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불과 수 백표 차이의 박빙게임 끝에 정의당 후보가 겨우 당선됐다.
정치권은 선거 여론조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지지율이 낮다. 그런 여론조사가 나오면 기권하는 경향이 높다. 반대로 지지율이 높은 후보 쪽으로 표가 쏠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거전 여론조사는 불과 수 백표로 당락이 갈리는 박빙의 선거전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2016년 탄핵정국 이후 여론조사와 관련해 한가지 특이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 결과들은 대부분 실제투표보다 여당에 유리하게 나온 것. 그러니까 여론조사가 여권 쪽으로 크게 경사, 응원군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더 높아가고 있다. 매주 발표되는 대통령지지율 조사도 그 정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
‘여론조사를 믿어도 될까’- 페이크 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에 새삼 던져지는 화두성의 질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