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의 11월1일은 국민 행복에 매우 특별한 날이다. ‘전국 부러움의 날(National Envy Day)’로 불리는 이날, 정부는 전 국민의 소득과 세금을 공개한다.
이른 아침부터 국세청 앞에 진을 친 미디어의 보도로 핀란드 최고부자에서 유명 포르노 배우에 이르기까지 명사들의 소득과 세금액수가 공개되고, 서민과 부유층의 소득 비교분석이 나오며, 일반 근로자들도 원한다면 자신의 상사나 동료가 얼마를 버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비난의 시선이 따가워지면서 탈세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고용주가 차별 없이 공정하게 임금을 책정하려는 것도 공개제도의 힘이다.
무엇보다 복지국가 핀란드의 복지제도 기반인 세금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국민 총생산의 31%를 복지에 쓰는 핀란드는 세계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나라에 속한다.
이 같은 투명성은 정부와 제도를 신뢰하게 하고 “정부와 타인에 대한 신뢰가 핀란드를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계속 꼽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덴마크의 행복연구소는 분석한다.
매년 3월 하순 발표되는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는 금년에도 핀란드를 1위로 꼽았다. 북유럽국가들과 캐나다, 아이슬란드 등이 10위권에 들었고 미국은 19위, 한국은 54위에 머물렀다.
면적은 캘리포니아의 75%, 인구는 550만명에 불과한 “스몰 핀란드가 삶의 만족도와 건강, 안전, 통치…등의 측면에서 계속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을 완패시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난 주말 LA타임스 기고를 통해 핀란드의 노키아 회사 전 회장 요르마 올릴라는 그 비결을 ‘평등과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한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행복국가 1위라는 명성 덕에 핀란드의 두뇌들이 미국의 문제해결을 위해 스카웃되기도 하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것은 성공에 대한 인식이 달라서다. 미국에서 추구하는 성공과 행복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핀란드에선 ‘평등한 커뮤니티가 공유하는 성공과 행복’,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탁월한 능력개발보다는 낙오를 방지하고 평등을 우선시하는 교육방침에서 비롯된 기본 가치관이다. 이런 방식이 뛰어난 성취자들을 저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세금 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처럼) 핀란드인들이 “감수하는 대가”라고 올릴라 회장은 설명한다.
사회가 평등해질수록 국민들은 더 행복해진다. 소득 불평등 격차가 심화될수록 국가전체의 웰빙이 하락한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증명한다. 핀란드는 36개 OEDC 국가 중 가장 평등한 나라다. 덴마크 행복연구소의 표현대로 “부(wealth)를 웰빙으로 바꿀 줄 아는” 핀란드인들의 사고방식이 행복의 비결인 셈이다.
유엔조사의 결과는 소득, 자유, 신뢰, 건강한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관용 등의 6개 분야를 평가해 사회가 구성원에게 보장하는 행복을 측정한 보고서인데, 이보다는 일상의 감정적 경험을 평가한 갤럽의 세계감정보고서가 사람들의 행복에 관한 더 정확한 측정이라는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조사에선 파라과이, 컬럼비아 등 중남미국가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대통령이 납세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법무장관의 특검조사 발표 내용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요즘의 미국에서 보면, 정부와 제도를 마음 편히 신뢰할 수 있는 핀란드는 ‘부러워할만한’ 행복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