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눈을 편애한다

2019-04-04 (목) 12:00:00 윤재현 전 미국방군수청 안전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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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편애한다

윤재현 전 미국방군수청 안전감사관

같은 또래 노인들 가운데 시력이 나빠져서 운전을 못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 지난주 나의 고향 친구도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운전대를 놓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이 은퇴한 다음 운전을 못하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나같이 마켓, 약국, 도서관, 헬스 센터, 홈 데포, 코스코, 타깃 등을 쥐구멍 드나들듯 자주 가는 사람은 큰일이다. 내가 사는 주택단지에 가끔 카운티 미니버스가 와서 노인들을 태워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동력을 잃은 노인들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성경을 읽고, 아침을 먹으면서 신문을 읽고, 비 온 후 파란 하늘을 보며 운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시력 유지를 위하여 나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안과 전문의 정기검진을 받는 것 이외에 꾸준히 자가 관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방법을 택하든지 안과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방부제 없는 세척제를 솜에 묻혀 눈 주위를 닦아내고, 피시오일(fish oil)을 아침저녁 한 알씩 그리고 루테인(lutein)을 하루 한 알 복용한다.

눈이 건조되는 것도 노화현상일 것이다. 눈이 건조해 깔깔해지면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는 일회용 인공눈물을 주입하고 솜으로 닦는다. 밤에 운전할 때 이 건조증상이 더 생겨 세척제와 솜을 자동차 안에 준비하고 다닌다.

눈에 좋은 채소를 먹는 것도 중요하다. 당근, 시금치, 케일, 토마토, 키위, 오렌지, 레몬으로 과즙을 만들어 아침과 저녁에 한 잔씩 마신다. 시금치,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당근을 데쳐 먹는다. 신선한 채소를 항상 먹을 수 있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것도 축복이다.

전에는 수영장에 가면 수영을 했지만 지금은 걷기만 한다. 물안경을 써도 클로린이 눈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이다. 더욱이 비좁은 온탕은 들어가지 않는다. 여자와 남자들이 무릎을 거의 맞대고 앉아있다. ‘미투’에 걸릴까 겁이 난다.

노인들은 잘 넘어진다. 나는 작년에 우체국에 갔다가 주차장의 시멘트 턱에 걸려 큰 대(大)자로 넘어져 얼굴과 손바닥이 피투성이가 된 적이 있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좋은 시력은 낙상사고 방지를 위해서 필수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눈이 잘 보이지 않고, 걸음걸이가 어려워지는 ‘위기’가 찾아오게 되어 있다. 이 위기가 나에게도 언제 올지 모른다.

아직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고, 컴퓨터로 친구에게 메일을 보내고 또 바둑을 둘 수 있고, 직접 운전하여 팜스프링스 온천에 다녀올 수 있는 시력이 있는 것이 감사하다. 시력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나는 눈을 씻어주고 닦아주고 아낀다. 내 몸의 다른 부분이 왜 눈을 편애하느냐고 불평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시력이 나빠지면 날개 부러진 새가 된단다.”

<윤재현 전 미국방군수청 안전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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