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달덩이 같이/ 이 세상 끝까지 가겠노라고/ 나 하고 강가에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부드러운 정열의 화사한 입/ 한번 마음 주면 변함이없어/ 꿈 따라 님 따라 가겠노라고/ 내 품에 안기어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이 곡은 지난 1983년도 6월부터 한국방송공사 KBS 방송이 특별생방송으로 진행한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의 주제가로, 얼마나 가수가 애절하게 부르는지 이산가족들의 애달픈 사연과 함께 전국방방곡곡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이산가족의 마음을 애타게 만들고 혈육을 찾겠다고 몰려든 이산가족들로 인해 방송국은 북새통을 이루면서 진행조차 힘들 지경이 되는 방송국 사상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어릴 적 헤어진 혈육이 몇 십 년 만에 극적으로 만나 얼싸안고 울부짖는 광경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1950년 6.25전쟁으로 양산된 이산가족들의 가슴 저민 사연에는 전 국민의 슬픔과 고통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6.25전쟁은 남북한 휴전협정으로 끝이 났지만 이로 인해 파생된 이산가족의 아픔과 상처는 이들의 가슴에 살아생전 지울 수 없는 한으로 남아있다. 전쟁의 상흔이 남은 지 어언 70년, 그런데도 이들은 바로 지척에 살고 있는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식들을 단 한번 만나보지도 못하고 평생 그리움으로 살다 한을 풀지 못한 채 고령으로 죽어가고 있다.

삼일 안에 돌아오겠다고 어머니와 약속하고 북한 집을 떠난 후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심장전문의 고 정동규 박사의 스토리는 그의 ‘삼일의 약속’이란 책을 통해 널리 소개돼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 내 이산상봉 신청자 13만3,208명 가운데 지난해만도 4,900명이 숨졌다. 이들의 고령화로 지난 2년 새 연간 사망자 수도 이전보다 거의 1.5배 정도 늘어난 상황이다.

한국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측과 상설면회소 개소 및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을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산가족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만들고 있다. 이들에게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이 누구보다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가진 북미 간 제1차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이어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2차 북미간의 정상회담도 희망적일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회담 결렬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한동안 진행되던 여러 상황이 부정적인 조짐으로 바뀌었다.

2차 회담 후 미국이 대북 제재수위를 높이려고 하자 북한이 곧바로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를 강행하고 나서면서 북미 관계가 다시 심각한 수준으로 되돌아갈까 우려됐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계획을 철회하자 북한도 철수 이틀 만에 다시 연락사무소로 복귀, 북미 간에 대화재개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안도감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재미 한인이산가족들이다.

재미상봉추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가족을 두고 그들을 애타게 그리는 재미동포들은 10만여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의 상봉신청서가 이미 위원회에 상당수 접수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쪼록 이들의 꿈이 머지않아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권의 가장 기본인 혈육의 상봉만큼은 어떤 것보다 속히 실현돼야 마땅하다.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우선 서신이나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비인간적 반인륜적 처사라 할 수 있다. 김정은이 진정한 비핵화의 의지가 있다면 이산가족 상봉에서부터 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여주영 뉴욕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