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arrosa Peak ( 5541’)
정상에서 보는 Sawtooth Mountains.
등산시작점 부근의 표지판.
정상에서 보는 동쪽 경관.
우리들이 보통 ‘등산이 취미’라고 할 때의 등산활동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Denali나 Everest 등의 원격지 험산을 다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 인근의 산을 대상으로 주말이나 휴일을 틈타서 대개는 당일로 산행을 즐기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렇게 당일의 주말산행을 하는 경우에도 등산의 대상지를 어떻게 선정하는가에 따라 대략 3가지로 구분하여 볼 수 있을 듯 하다.
첫째는, 특정한 산악회에 가입하여 그 단체에서 수립한 계획에 따라 산행을 하는 방식이다. 대개의 우리 한인들 산악회에서 행하는 방식인데, 참가회원들의 산행능력이나 연령이 다양한데다가 산행의 안전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다보니, 산행지가 많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계곡이나 관광지를 제외한 순수한 산 만을 계상한다면, 30개 내외의 잘 알려진 익숙한 산만을 매년 반복하여 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두번째는, 산악회라는 조직에 가입하지 않고 몇몇 지인들과 나름대로의 경험이나 정보에 입각하여 산을 다니는 방식이다. 팀원의 능력이나 열의에 따라 다르겠으나 대체로 산악회보다는 좀 더 다양하게 산을 다닐 수 있고 좀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산행을 하는 편이겠는데, 산악회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보다는 사교적인 측면에서의 인간관계는 다소 좁을 수밖에 없겠다.
세번째는, 일반적으로 미리 정해져 있고 또 알려져있는 산악목록에 따라 이에 등재되어 있는 산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등정해 나가는 “Peakbagging”방식인데, 우리 남가주에서는 Sierra Club의 HPS List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고 하겠다.
HPS List에는 해발고도 5000’가 넘는 남가주의 수많은 산 중에서 등산로가 확보된 281개가 산행권장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렇게 특정한 목록에 있는 산을 대상으로 산행을 하고있는 등산인들을 일러 특히 “Peakbagger”라고 지칭한다.
Sierra Club에는 HPS(Hundred Peaks Section) 외에도, 고도 5000’ 미만의 남가주의 산 84개를 대상으로 하는 LPS(Lower Peaks Section) List가 있고, 사막지역의 산 96개를 대상으로 하는 DPS(Desert Peaks Section) List가 있고 또 250개 내외에 이르는 Sierra Nevada의 고산을 대상으로 하는 SPS(Sierra Peaks Section) List도 있다.
참고로, 1946년 부터 시행되어져 온 이 HPS List의 산을 모두 등정(Completion)한 사람은 현재( 2019년 3월 )까지 총 326명으로 www.hundredpeaks.org 에서 그 명단을 볼 수 있는데, 한국인은 7인이 있는 듯 하다.
이곳에 들어가면 해당 목록의 산들을 볼 수 있고 대개는 해당 산에 대한 꽤 자세한 산행안내까지도 볼 수 있다. 이들 산을 대상으로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물론 자기 나름대로 팀을 만들어 다닐 수도 있고, 아니면 Sierra Club에 가입하여 그들과 함께 산행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 한인 산악회들이 다니는 산보다 훨씬 다양하게 남가주의 전 지역을 망라하는 산들을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혹시 누군가가 이렇게 다양한 산을 다니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영화를 보는 것과 같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이미 여러번 본 영화를 계속 되풀이하여 자주 보는 것 보다는, 아직 안 본 수많은 영화가 있으니, 이를 하나씩 골라서 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관점이다. 물론 매사가 다 그렇듯 각각의 경우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으니 획일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고 결국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대부분의 우리 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것으로 여겨지는 지역에 있는 Chaparrosa Peak을 안내코자 한다. 우리가 살고있는 남가주의 지리나 지형을 더 익히면서 또한 산행의 지평을 한층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우리 한인들이 익히 알고있는 남가주의 최고봉 Mt. San Gorgonio(11503’)에서 동동북 방향으로 15마일 쯤의 직선거리에 있는 산으로 특히 정상에서 둘러보는 전망이 대단히 특이하게 아름답고 광활하다. Loop형으로 둥글게 도는 산행을 할 경우, 왕복 7.3마일에 순등반고도는 1300’ 쯤으로 그다지 힘들지 않고 4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가는 길Freeway10 East를 타고 Banning을 지나고 Morongo를 지나서 SR62를 만나면 이로 갈아타고 북쪽으로 19마일을 달린다. Yucca Valley의 Pioneertown Road에서 좌회전하여 7.3마일을 가면 좌측으로, 비포장이나 상태는 양호한 Pipes Canyon Road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서쪽으로 0.6마일을 간다.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면 우측으로 0.3마일을 더 간다. 차량통제게이트가 있는 주차장이 나오는데 이곳에 주차한다.
조금 전에 우리가 지나온 Pioneertown이란 마을은 개척기의 건축양식으로 되어있는 곳인데, 서부영화촬영을 위해 1946년에 일부러 지은 마을이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건물의 양식이나 마을의 배치는 옛날의 모습이지만, 건물의 내부는 건축당시인 1940년대의 주거양식으로 만들어, 영화를 찍느라고 동원되는 배우나 스텝들이 실제로 그 안에서 편리하게 묵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 마을은 퇴락하고 버려진 텅빈 Ghost-town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들이 살아 가면서 옛 문화도 보여주는 독특한 마을이니, 산행 후에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한번 들러서 그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등산코스이곳에서 Chaparrosa Peak을 오르는 코스는 2개가 된다. 주차장(4460’)에서 남쪽으로 나있는 Chaparrosa Peak Trail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가면 편도 3.3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가 1200’이 되고, 서쪽으로 나있는 Pipes Canyon Trail을 통하여 반시계방향으로 오르면 편도 4마일에 순등반고도는 1300’가 된다. 우리는 이 2개의 코스를 일석이조로 다 체험하기 위해, Pipes Canyon Trail로 오르고, Chaparrosa Peak Trail로 내려오는 Loop형 등산을 하기로 한다.
먼저 ‘Pioneertown Mountains Preserve’라는 표지판이 박혀있는 돌로 쌓은 축대를 지나 서쪽으로 향하면 100m쯤 앞에 Ranger Office건물과 안내판이 있다. 이곳을 지나서 계속 서쪽으로 이어지는 하상이 Pipes Canyon이다. 이 Pipes Canyon은 주변의 산줄기들에 내리는 비나 눈이 이곳으로 모여들기에 특히 건기를 제외하고는 물의 흐름이 있어서 이곳을 “Wetland in the Desert”라고 일컫기도 한다. 계곡의 널찍한 바닥으로 잘 관리된 등산로가 나있어서 걷기에 편안하다.
서쪽으로 들어갈수록 계곡의 양안으로 산줄기가 높아지는데 주로 바위로 된 줄기이고 봉우리들이다. 나름대로는 질서있게 이리저리 갈라진 바위들이 큰 덩이를 이룬 채 쌓여있는 모습들이, Joshua Tree National Park에서 보는 바위봉들과 유사하다. 아마도 지리적으로 서로 가깝기에 지질의 생성이나 변화과정이 비슷했을 것이라서 그러리라고 짐작해본다.
등산로 입구에서 대략 15분 정도를 걸어들어가면 오른쪽 길가에 쌓여있는 큰 바위들 몇개에서 토착민들이 그려놓은 것으로 보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형문자(Pictograph)들을 보게 된다. 누군가는 이를 장난스럽게 ‘Indian Graffiti’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어떤 주술적인 이유에서 행해진 의식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다시 노란 꽃을 피우는 Rabbitbrush가 드문드문 나있는 계곡을 따라 20여분 정도를 나아가면 다소 좁아진 하상에 버드나무(Willow)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촉촉하고 아름다운 지대를 지나게 되고, 다시 10분쯤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돌과 시멘트의 일부 골격이 남아있는 집터가 나온다. 1920년대에 백인으로는 최초로 이곳에 들어와서 동업자들과 Onyx(마노)채광을 시작했다는 John Olson이 살던 집의 폐허라고 한다. 1945년에 Edward E. Emmery라는 20세된 나이의 어린 탈영병을 자기 집에 며칠간 머물도록 했다가 그에게 살해되었다고 하니, 아들같은 젊은 이에게 후의를 베풀었다가 되려 귀중한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다.
이곳을 지나면 곧바로 Rabbitbrush, Willow, Sycamore들이 어우러져 우거진 곳을 지나게 된다. 하상에 있는 ‘작은 섬’ 같은 숲이라고 하겠는데, ‘사막의 오아시스’란 바로 이런 곳을 지칭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대략 2마일을 온 지점일 것이다.
다시 0.5마일쯤을 더 가면 ‘Indian Loop Trail’이라고 새겨진 표지말뚝이 서 있다. 이제 등산로는 비로소 넓은 Pipes Canyon의 하상을 벗어나, 왼쪽에서 합류되어지는 작은 계곡의 북쪽 기슭을 따라 경사로를 올라가게 된다.
이윽고 고도가 5200’ 정도인 첫번째의 Saddle에 닿는다. 2.5마일쯤이 되는 지점이다. 길은 다시 왼쪽으로 굽어져서 나간다.
3마일쯤에는 다시 두번째의 Saddle(5490’)에 이르게 된다. 길은 이제 오른쪽으로 직각으로 꺾여 남쪽으로 나아간다. 두세개의 돌을 쌓아 등산로임을 확인해주는 Ducks를 따라 경사가 거의 없는 나지막한 언덕같은 봉우리 2개를 더 지나가면, 200m쯤 더 남쪽으로 그리 크지않은 화산암들이 모여 봉긋하게 솟아있는 봉우리가 보인다. Chaparrosa Peak의 정상이다.
Chaparra 또는 Chaparro라는 말이 떡갈나무 숲이라는 의미가 있으니, 아마도 이곳 주위에 이러한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이름을 얻게 되었을 듯 한데, 지금은 이러한 식물군이 눈에 띄지 않는다. 바로 2006년에 이 인근에 자연발화에 의한 대형 산불이 있었다고 하니, 그 당시에 다 타버린 때문인가 짐작해 본다.
동서남북 사방에 걸쳐 두루 넓은 전망을 볼 수 있다. 특히 동쪽으로는 ‘Mesa’라고 부르는 넓고도 평평하게 돌출된 언덕같은 육지가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바위 봉우리들이 마치 예리한 톱날처럼 날카롭고 사나운 형세로 줄기를 이루고 있어 ‘Sawtooth Mountains’라 불리우는 산줄기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다. 동쪽의 밋밋하고 단순한 Mesa와 남쪽의 변화무쌍한 Sawtooth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어, 천지자연에 깃든 음과 양의 조화의 섭리가 여기에는 또 이렇게 발현되어 있는 것인가 싶다. 이 Sawtooth Mountains 너머로 저만큼 멀리보이는 지역은 Joshua Tree National Park일 것이다.
하산은, 정상에서 남쪽으로 시작되는 편안한 ‘Chaparrosa Peak Trail’을 따라 원근의 화려무비한 아름다운 경개에 넋을 빼앗긴 채 걷다보면 어느 사이에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 3.3마일의 거리라는데, 느낌으로는 반도 안되는 짧은 거리였던 것 같다.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San Bernardino산맥과 Mt. San Gorgonio(11503’)의 북동쪽 산세의 일부를 오늘 이렇게 일별하는 것도, 이곳 남가주에 사는 등산인으로서 나름대로는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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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