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뮬러 특검 수사 674일

2019-03-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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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하려한 러시아와 트럼프 캠페인의 공모 의혹, 이에 대한 FBI 수사를 막기 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여부를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지난 2년 가까이 미 전국을 사로잡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 뮬러는 누구를 쫓고 있는가,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가, 그의 최종보고서는?

그러나 과거 특검과 달리 뮬러 수사팀의 정보 유출은 단 한건도 없었다. ‘워싱턴의 그레타 가르보’ ‘유령’으로 불릴 만큼 자신부터 굳게 입을 다문 뮬러의 철저한 함구령 덕이었다. LA타임스에 의하면 뮬러의 공개적 언급은 특검으로 지명되었던 2017년 5월17일 “난 이 책임을 맡아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수행할 것이다”란 단 한 마디였다.

제출 순간까지 비밀에 부쳐졌던 최종보고서는 22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되었고 (물론 이때도 뮬러의 성명발표는 없었다) 바 장관은 24일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주요 결론’을 공개했다 : 트럼프 캠페인의 러시아 공모는 입증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사법방해 여부는 판단을 유보했다.


마침내 종결된 뮬러 수사의 다사다난했던 면모는 그 규모와 범위를 숫자로 풀어보면 한 눈에 드러난다.

674일 : 뮬러 특검의 수사기간이다. 취임 전부터 불안했던 트럼프 백악관과 유죄 확증을 고대했던 반 트럼프 진영 양측 모두에겐 기다림에 지친 장기간이었지만 2,420일이 걸린 로널드 레이건의 이란-콘트라 스캔들, 부동산 개발 사기에서 성추문으로 확대되면서 1,693일이나 끌어간 빌 클린턴의 화이트워터 스캔들 특검수사만큼 길지는 않았다.

34명 : 특검수사에서 기소된 사람들로 캠페인 참모 등 6명의 트럼프 측근이 포함되었다. 수사 시작 5개월 반만에 첫 기소된 폴 매너포트 선대본부장을 비롯해 5건의 징역형도 받아냈다.

2,500만 달러 : 2017년 5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쓴 수사경비로 그 이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직원봉급, 장비, 출장비, 임대료 등을 포함한 액수다. 트럼프는 지난해 5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마녀사냥”이라고 공격했는데 매너포트의 자산 압류를 비롯해 탈세와 금융사기 등에 대한 벌금형에 의해 국고로 들어 올 액수는 특검 경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밖에 19명의 법무부 검사가 특검수사에 차출되었고 40명의 FBI 요원·정보분석가·범죄학 회계사 등이 합류했다. 2,800여건의 소환장이 발부되었고, 약 500건의 수색영장이 집행되었으며, 230건 이상의 통신기록 조회를 실시했다. 약 500명의 증인을 인터뷰했으며 외국정부를 상대로 한 증거수집 요청도 13건에 달했다.

사법방해 여부에 대해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진 않지만 그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진술한 보고서가 나온 후 ‘임기 중 최고의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완전 면죄”를, 민주당은 보고서의 “완전 공개”를 외치고 있다.

보고서 공개가 어떤 정치 회오리의 시작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정말 미국의 대통령이 당선되기 위해 적대국과 공모했을까, 두려워했던 국민들이 내쉴 안도의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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