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조한 문재인 정부

2019-03-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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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있는 사람은 대체로 표정이 편안하고 말이 부드럽다. 누가 뭐라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초조한 사람은 얼굴이 불안하고 말이 거칠다. 남의 비판에 버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더불어 민주당의 외신기사에 대한 태도를 보면 지금 집권여당의 처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블룸버그 통신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는 기사를 쓴 것은 6개월 전이다. 그때 민주당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이를 인용하자 이해찬 당 대표가 국가원수 모독죄라고 펄펄 뛰더니 이번 주에는 이해식 대변인이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미국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식은 서강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한때 언론자유를 외치며 반독재 투쟁을 하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이런 망발을 집권당 공식논평으로 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문재인을 비판하는 것이 국가원수를 모욕하는 일이며 그것이 곧 매국이 되는가.

여기엔 한때 자유한국당과 지지율 격차가 3배까지 벌어졌다 최근 한자리 수로 줄어든 집권여당의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 있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주 연속 하락해 36.6%, 자유한국당은 4주 연속 상승, 31.7%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도 마찬가지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재인 지지율은 전주보다 1.4% 하락한 44.9%로 취임 후 최저며 부정평가는 2.9% 포인트 상승, 49.7%를 기록했다. 부정평가가 오차범위 밖으로 긍정평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지율이 늘어날 구석이 별로 안 보인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소득주도 성장이란 잘못된 정책을 고집, 사상 최악의 자영업자 폐업율과 청년실업률을 기록했고 저소득층 소득감소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남북화해와 함께 한반도를 평화롭게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북정책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도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과 함께 이를 접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마약과 성매매 등 연예인 비리백화점 같은 ‘버닝 썬’ 사건에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윤 모 총경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자 문재인은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년 전과 6년 전 일어났던 장자연과 김학의 사건을 ‘버닝 썬’과 묶어 철저히 파헤칠 것을 지시했다. 그토록 중요한 사건을 2년간 묵혀 놓고 있다 왜 이제 와 조사하려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는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 정부는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현실감 없는 말만 늘어놓고 집권당 대표는 툭 하면 수십년 집권을 하겠다고 떠벌이고 있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어디로 한국을 이끌고 가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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