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면 뒤의 진실

2019-03-21 (목) 민병임/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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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7일 시즌1을 끝낸 폭스TV의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를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보았다. 한국 MBC 인기예능 ’복면가 ‘을 리메이크한 이 프로는 12명의 참가자들이 10주간 노래경연을 펼쳐 매주 한명의 탈락자가 가면을 벗는다. 출중한 노래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매회 1,000만 명의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다.

가수 닉 캐넌이 진행을 맡고 고정 패널로 의사출신 한국계 배우이자 코미디언 켄 정, 가수 니콜 셰르징거, 제니 매카시, 로번 시크 4명이 나왔다. 공작, 하마, 몬스터, 유니콘, 사슴, 사자, 공작, 토끼, 꿀벌, 푸들 등의 가면과 전신을 가리는 의상이 완전 현대예술로 볼거리가 넘쳐났다.

새하얀 의상에 핑크빛으로 포인트를 준 귀여운 푸들이 노래는 좀 못하지만 퍼포먼스는 잘 했는데 4회 차에서 가면을 벗자 한국계 코미디언 마가렛 조가 땀에 범벅이 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켄 정이 매회 나와서 웃겨주고 마가렛 조도 노래하고, 매회 나오는 ‘MBC‘ 자막이 한국 프로그램임을 알려주어 계속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본 영화로 이창동 감독의 ‘버닝’(Bunning)이 있다. 이 영화는 2월24일 할리웃에서 열린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 10편에 포함됐으나 최종후보에는 탈락했다. 지난 수년간 한국 인기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의 해외 리메이크작들이 늘었고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 12월말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간한 ‘2018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한류팬이 무려 9,000만명에 가깝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한류팬이 급증한 것은 중국의 한한령과 일본의 혐한류가 누그러지고 미국에서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활약 등으로 한국음악과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덕분이라 한다.

내년이면 한류팬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이 나온 가운데 한국의 연예인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인 승리가 연관된 ‘버닝썬’ 사건이 마약, 성접대, 경찰 유착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점입가경이다. 방송인 정준영이 카카오톡 단톡방에 올린 성관계 불법촬영 동영상과 이 동영상을 본 친분 있는 연예인들, 여성 연예인을 거론한 악성 루머 등등 화려하고 멋진 무대 위 모습이 가면을 벗자 무섭고 불결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애써 쌓아올린 아이돌 그룹 해외 팬들이 떨어져 나갈까, 한류 이미지에 손상이 갈까 염려도 된다. 이미 일부 외신은 ‘섹스 스캔들로 흔들린 K-팝 세계’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한국 연예인들은 공인 아닌 공인(公人)이다. 연예인은 국민의 사랑으로 돈과 특권을 누린다. 그러니 국민에게 실망을 주지 말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한국이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국에 비해 다소 엄하게 요구하긴 하지만 청소년 팬들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번 일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영구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기획사는 견습생 시절부터 인성교육을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다. 본인의 프로의식, 자긍심이 먼저여야겠지만 말이다.

순수한 시청자 입장에서 ‘더 마스크드 싱어’ 시즌 2를 보면서 즐기고 싶고, ‘버닝’에 나오는 유아인, 스티븐 연의 더 좋은 연기를 보고 싶으며 제2차 퀸즈 시티필드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 공연도 가고 싶다. 이들에게 아무런 스캔들이 없기를....

<민병임/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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