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스로 개척하는 운명

2019-03-19 (화)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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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개척하는 운명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종족의 보존과 번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식들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악착같이 모으고, 지위를 높여서 그것을 꼭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안달이다.

짐승들도 자기 새끼들을 교육시킨다. 먹이를 구하는 방법, 무엇을 먹어야 하고 먹지 말아야 할지 구별하는 것, 사냥을 하는 법, 사냥꾼들로 부터 피하는 법, 그리고 자신의 무리 안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그러나 짐승들은 자연에서 살아남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전부다. 당연히 부와 지위의 대물림은 없고 스스로 대자연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

사람들은 조직사회를 잘 운영하기 위해 계급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계급의 맛을 본 사람들은 그것을 자식들에게도 대물림하기 시작했고 결국 계급신분 사회로 고착화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대물림이 된 신분은 하늘이 원래부터 준 것이 되어 태어 날 때부터 귀족과 양반, 그리고 중인 상인 노비의 운명으로 정해졌다. 그것이 봉건제 사회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신분사회를 반대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사람들의 싸움은 곧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와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의 사회를 열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자 처음에는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정치인이 될 수 있고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있고 또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실상 직업과 지위도 대물림이 되는 현실이 되었다. 정치인 가문에서는 정치인이 나오고, 의사 가문에서는 의사가 나오고, 법조인 가문에서는 법조인이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보고 듣고 자랐기에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그런 전문직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며 교육에 열정을 쏟는다.

이런 교육 열정은 소위 명문대 학벌을 만들기 위한 목표에서 나온다. 왜냐하면 학벌은 여전히 더 높은 지위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성적에 아랑곳 하지 않고 지위와 돈으로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낼 수 있는 가문도 있다. 그 외에는 실력이다.

그런데 명문가문도 아니고 실력도 안 되는 그런 위치에 있는 부모들이 불법으로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냈다가 사법당국에 적발되어 지금 미국이 시끄럽다. 좋은 대학에 가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 밤잠을 자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명문대학에 가지 못한 청춘들과 부모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반칙으로 자식을 명문대에 보낸 부모들은 학벌을 지극히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더 좋은 직장을 잡아서 남보다 더 잘 사는 것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어떤 사람이 되게 가르칠 것인가, 배운 것을 자신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이롭고 도움이 되게 사용을 해야 한다는 그런 교육을 생각했다면 반칙을 하면서까지 명문대학에 보내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실력에 맞는 학교를 찾아서 가게 하는 공정함이라는 삶의 철학을 가르쳤을 것이다.

이런 삶의 철학을 중요하게 교육하지 않고 반칙으로 남을 앞서게 하면 기존 사회의 질서와 가치를 언제나 쉽게 무시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자세를 갖지 못하고 부모에 의해서 만들어진 성안에 갇혀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특권의 달콤함과 반칙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세상의 소금이 되고 등불이 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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