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펌프업/ 뉴저지 무어스 타운 고교 11학년 엘리자베스 홀튼 양

2019-03-18 (월)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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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민족 문화권서 정체성 고민…여러 나라 문화·언어 배우며 극복

▶ ‘한국어 말하기 대회’ 외 프랑스어·스페인어 등 각종대회서 입상

펌프업/ 뉴저지 무어스 타운 고교 11학년 엘리자베스 홀튼 양
“언어는 그 문화를 열린 관점으로 보게 해주는 힘이죠.”

뉴저지 무어스 타운 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엘리자베스 홀튼(Liz Horton, 16)양은 남부뉴저지통합한국학교의 유일한 다민족 학생교사다. 한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엘리자베스는 영어가 모국어가 된 어린 한인학생들이 겪는 낯설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 이들 학생들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모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운지 어느덧 2년째를 맞는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교사 일을 제안받았을 때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다.

7살때 한국학교에 다니면서, 다민족문화권에 속한다는 이유로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반은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배우지 못하고 한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했다. 백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때때로 엘리자베스는 이방인으로 존재했다. 한인들에게는 백인으로, 백인에게는 한인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두 가지 문화가 지금의 자신을 존재케 했다는 것을 깨닫고 위축된 자신을 극복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엘리자베스는 “나에게 통찰(Epiphany)을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즐길 권리가 있으며, 인종이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극복은 엘리자베스로 하여금 여러 나라의 전통과 문화에도 관심을 확장하도록 이끌었고, 문화에 대한 호기심은 각 나라 언어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졌다. 한국어 외에도 스페인어, 프랑스어, 그리스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엘리자베스는 수업시간 사이사이 틈날 때마다 단어를 외웠다. 엘리자베스는 “한인인 엄마 역시 영어를 배워서 말할 수 있게 됐듯 나 역시 한국어 등 외국어를 배워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은 사람들의 가슴과 가슴을 잇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2017년 남부뉴저지한인회의 에세이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 남부뉴저지장학위원회의 장학생으로 선정됐으며 재외동포재단 후원으로 지난해 뉴저지 해밀턴 한국학교에서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자신이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와 목표를 담담히 소개하며 동상을 거머쥐었다. 전국 프랑스어 대회(Le Grand Concours)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대회에서 연이어 입상했다. 지난해에는 재외동포재단 주최 모국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 한국 문화를 더욱 깊게 이해하는 기회도 얻었다.

엘리자베스는 “언어를 배움으로서 가장 좋은 점은 미국 뉴스 뿐 아니라 각 나라들의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함으로서 다양하고 열린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의 꿈은 전세계 1위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자살률을 낮추는 것이다. 우울증과 정신적인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삶이 특별하며,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도와주고 싶은 것.

엘리자베스는 “사람들이 다른 이에게 더욱 관용을 베풀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게 내가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떠한 고난도 극복하는 강한 한인 엄마를 둬 자랑스럽다는 엘리자베스는 남혜영씨와 게리 홀튼씨의 2녀 중 장녀다.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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