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금보고, ‘정도’를 걷자

2019-03-15 (금) 구성훈 부국장·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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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세금보고 시즌이 찾아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걱정이 앞선다. 대부분 봉급쟁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세금보고를 하지 않은 기자 또한 “이번에는 택스리펀드를 얼마나 받을까”가 최대 관심사다.

모기지 페이먼트, 아이들 과외활동 비용, 자동차 페이먼트, 각종 보험료 등 매달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페이먼트가 적지 않은데다 오는 4월 중순까지 수천달러의 주택 재산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목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택스리펀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여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택스리펀드를 받아왔지만 올해는 ‘연방개정세법’(TCJA·이하 개정세법)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개정세법 때문에 올해는 리펀드를 받을지, 말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밀어붙여 현재 시행중인 개정세법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개정세법이 적용되면서 세금보고시 표준공제액은 싱글, 부부 공동보고 모두 두배 올랐고, 일인당 4,050달러였던 인적공제는 사라졌다. 17세 미만 자녀가 있을 경우 적용받는 차일드택스 크레딧은 1,000달러에서 2,000달러로 두배 오른 반면에 로컬 및 주정부에 납부하는 재산세와 판매세, 소득세 등 지방세 세금공제 혜택 상한선은 1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근로자들의 세후 실수령액을 뜻하는 ‘테이크홈 페이’(Take home pay)가 늘어난 점도 개정세법이 가져온 근본적인 변화이다. 연방국세청(IRS)에 따르면 개정세법의 영향으로 연봉 2만5,000달러를 받는 근로자는 월 24달러, 연봉 4만달러인 근로자는 월 62달러, 연봉 8만달러인 근로자는 월 162달러, 연봉 10만달러인 근로자는 월 228달러를 더 가져간다.

개정세법 영향으로 세법 전문가들은 올해 납세자들이 지급받는 평균 택스리펀드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소폭 늘어나는 이변(?)이 연출됐다.

IRS는 세금보고 서류 접수가 시작된 지난 1월28일부터 2월22일까지 납세자들은 일인당 평균 3,143달러의 리펀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8년 동기 때보다 1.3% 늘어난 액수이다. 금융정보 사이트 ‘고우뱅킹레이츠 닷컴’은 올 세금보고 시즌 납세자들이 손에 쥘 택스리펀드는 일인당 평균 3,03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워낙 많은 납세자들이 택스리펀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이런 심리를 악용한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사기는 주로 무면허 세금보고 대행업자가 저지르는데 이들은 사무실을 찾아오는 납세자에게 “택스리펀드를 많이 받게 해주겠다”는 등의 달콤한 말로 현혹해 다른 세금보고 대행업자보다 2~3배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세금보고를 의뢰한 납세자로부터 수수료를 챙긴 후 잠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세금보고를 하는 납세자 입장에선 리펀드를 많이 받는 것이 최대 관심사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리펀드에 눈이 멀어 고의적으로 소득을 축소해 보고하거나, 도네이션 금액을 부풀리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탈세 등 불법행위의 결과는 국가의 재정과 정부 예산부족으로 이어지고, 이 같은 손실은 고스란히 납세자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본인의 상황과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든 리펀드를 많이 받게 해달라고 CPA에게 떼를 쓰는 행위는 삼가야겠다.

또한 리펀드에 눈이 멀어 무자격 업자에게 소중한 개인정보를 몽땅 건네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 된다. 각박한 이민생활 속에서 짭짤한 택스리펀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임에 틀림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천달러, 수만달러의 리펀드를 받아내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기분이 우쭐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시작한 일의 결말은 뻔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올 세금보고 시즌 납세자들에게 ‘정도’를 걷자고 제안하고 싶다.

<구성훈 부국장·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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