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9 수퍼 블룸

2019-03-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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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에서는 요즘 어디가나 수퍼 블룸(Super Bloom)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기록적인 겨울비로 캘리포니아의 사막과 들판이 만개한 야생화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주말을 이용해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서 페이스북에는 꽃의 향연 속에서 찍은 사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LA 타임스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같은 전국지도 여러 장의 화려한 사진과 함께 수퍼 블룸 특집을 냈을 정도로 미전역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 안자-보레고(Anza-Borrego) 사막 주립공원을 찾은 뉴욕타임스 기자는 “멋진 하이킹을 많이 해봤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면서 “색색의 야생화가 카펫처럼 펼쳐진 기막힌 풍경은 물론이고, 향기롭고 풍요로운 대기가 너무나 매혹적”이라고 썼다. 그는 이 하이킹에서 스웨덴, 캐나다, 시애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는데 다들 평소 여러곳에서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이지만 한결같이 “사막의 야생화 수퍼 블룸은 완전히 다른 풍경”이라며 감탄하더라고 기술했다.

수퍼 블룸은 수년 혹은 수십년 사막의 마른 땅속에 잠들어있던 야생화 씨앗들이 비가 많이 온 겨울을 지내고나면 봄에 다같이 화들짝 깨어나 꽃을 피우는 현상이다. 단지 비가 많이 와서는 안 되고,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기온과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꽃이 피기 시작할 때 바람이 많이 불거나 기온이 급강하 혹은 급상승하면 만나기 힘들다는 것. 보통은 10년에 한번 꼴, 가뭄이 심한 기간에는 그보다 더 드물게 찾아온다.


그런데 사실 캘리포니아의 수퍼 블룸은 2년 전에도 있었다. 2017년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리면서 안자-보레고 사막은 20년만에 가장 큰 야생화 군락을 이뤘다. 하지만 2019 수퍼 블룸은 이보다 훨씬 더 화려한 장관이라는 것이 현지 사막 자연사협회의 이야기다. 인구 3,500명의 인근 마을 보레고 스프링스는 벌써부터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매년 봄 야생화 구경을 다닌다는 한 샌디에고 주민은 “수십년 다녔지만 올해 꽃 종류가 가장 다양하게 피어났다”고 감탄하면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말했다. 유명한 캘리포니아 파피는 물론이고 흰색, 노랑, 핑크, 보라, 오렌지 등 이름도 모르는 수백만 송이의 야생화들이 드넓은 사막과 들판, 산야에 지천으로 피어있어 눈이 어지럽다는 것이다.

LA 타임스는 가볼 만한 곳으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안자-보레고 사막 주립공원, 레익 엘시뇨어, 다이어몬드 밸리 레익을 소개하고 있다. 데스 밸리도 굉장하겠지만 너무 멀어서 쉽게 다녀올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앤틸롭 밸리 파피 보호지역은 이달 말이나 4월초에 피크를 이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수퍼 블룸 인파가 몰리면서 현지 교통체증이 심각한 모양이다. 매일 1,000명 이상이 몰리고 있는 레익 엘시뇨어의 경우 15번 프리웨이 상에 10~20마일까지 차가 늘어선다는 소식이다. 그러다보니 프리웨이 갓길에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 찍는 사람이 속출하고(불법이다), 꽃을 밟지 말라는 표지판에도 불구하고 꽃밭에 앉거나 누워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다고 한 신문은 전했다.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질서도 아름답게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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