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뮤지컬 도산’

2019-03-09 (토) 12:00:00 이창수 흥사단 OC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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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로마린다 대학교회에서 공연된 ‘뮤지컬 도산(島山)’은 적잖은 감동을 남겼다.
공연은 인랜드한인회에서 준비한 3.1절 100주년 기념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번 뮤지컬은 리버사이드 카운티와 홍명기회장의 후원으로 성사된 시청각 종합예술이었다.

도산의 트레이드마크인 어깨에 망태를 맨 모습은 리버사이드 귤 농장에서 일하던 당시를 재현한 것이었다. 도산은 귤 하나를 따더라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하라고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셨다.

미 대륙에서의 초기 이민이 시작된 곳이 바로 리버사이드 귤 농장이다. 당시 리버사이드 지역은 1930년대에 서리가 내려 폐농이 속출할 때까지 미국에서 개인소득이 가장 높고 가장 잘 살던 지역이었다. 하와이의 사탕수수밭 계약이 끝난 후, 한인들이 미 본토에서의 일터를 찾아 모인 곳이다.


도산이 초기에 가족을 맡기고 독립운동에 전력할 다할 수 있게 해준 전진기지이기도 했다. 하루일당이 2달러 선이었지만, 일자리가 많았다. 도산의 리더십으로 조선인들의 위상을 올려놓았기에 가능했다.

10일은 도산의 81주기 기일이다. 이날에 앞서 뮤지컬로 도산의 일대기를 공연한 것은 뜻 깊은 일이었다. 한국의 근현대사에 뛰어난 인물이 많지만 오늘날까지 도산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도산의 미국 체류기간은 12년 정도 밖에 안 된다. 가족이 있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던 상황도 있었다. 늦은 나이에 교육자가 되려고 미국 유학의 길을 택했지만, 그의 앞에는 당장 동포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었다. 또 무너져가는 조국을 찾는 일도 급선무였다. 결국 스스로가 교육자는 되지 못했지만 점진학교 대성학교를 설립했고, 평생 흥사단 운동을 펼쳐 더 많은 인재들을 양성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인적자원 외에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가 무엇으로 짧은 기간에 부강해지고, 균형발전을 이룰 수가 있었을까. 그것은 올바른 교육의 힘이었다. 오늘날 정치권에서 친일파를 운운하며, 과거 속에 갇혀있는 것을 보면 몹시 안타깝다. 지탄받고 있는 적잖은 인물들이 일제치하에서 학교를 세워 후진양성에 힘썼다.

도산도 일찍이 “독립된 후에도 진정한 독립국이 되려면 독립된 나라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인물이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며, 흥사단 운동을 통해 인물을 규합하고 인재를 양성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선견지명을 가진 선조들로 인해 건국의 토대를 쌓고, 지속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양성했기에 오늘날 과실을 딸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의 독립운동은 리버사이드에서 시작되었다. 역사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이를 끊임없이 다듬고 있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와 우리 한인들, 서울의 강남구청에 경의를 표한다. 앵콜 공연이 미 전역으로 확대돼 나갔으면 한다. 이 공연을 통해 우리는 도산과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우리들의 자긍심은 더욱 살아나게 될 것이다.

3.1운동이 일어난 후 도산은 미화 2만5,000달러를 들고 상해로 가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그 시대에 짧은 시간에 어디서 그런 금액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항상 궁금했다. 최근에 멕시코 선조들의 손에 의해 이 돈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듣고 가슴이 아렸다. 에네켄 농장에서 극한의 노동에 시달리며 노예이민으로 살았던 선조들의 삶에, 대단히 늦었지만 대신 사죄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창수 흥사단 OC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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