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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하노이 북핵 담판 결렬의 배경

2019-03-06 (수) 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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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미·북 정상 간의 업무 오찬이 돌연 취소됐고, 곧이어 뜻밖에도 회담 결렬이 선언됐다. 미국 백악관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북한이 아무런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며 결렬을 인정했다. 이후 폼페이오는 몇 주 내로 합의를 이루기를 기대한다는 언급을 남겼다.

최종 합의에서 북한은 영변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대북제재 완전해제를 제안했으나, 미국은 영변 외의 다른 지역의 핵시설까지도 완전히 비핵화 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선언문은 미리 준비되어 있었으나, 두 의견이 상충하면서 채택이 결렬 되었다. 두 정상은 이후 호텔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 회견을 마친 후 곧바로 공군 1호기를 타고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한반도 평화 시계가 작동을 멈춘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때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 성명’의 실행 로드맵을 마련하려 했으나 회담 결렬로 실패했다. 비핵화 대상, 비핵화와 상응 조치 등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북관계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안갯속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보다 플러스알파를 원했던 것이다. 핵시설이 여러군데 더 있는데 김정은은 감추려 했다. 나오지 않은 것 중에 미국에서 발견한 게 더 있었다”고 회담 결렬 사유를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이상의 핵 폐기를 요구했으나 김정은은 다른 것은 숨기고 영변 핵시설로 제한 하려고 했던 것이다.

결국 미·북 간의 갈등은 원점을 맴돌고 있다. 1차 정상회담 이후 드러난 입장 차이가 좁혀진 게 없다. 핵 폐기를 단계적으로 하느냐, 일괄적으로 처리하느냐는 해묵은 쟁점은 물론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조합, 제재 완화 여부 등 모든 게 그대로다. 이처럼 논란이 크고 혼란스러울 때는 가능한 것부터 먼저 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문제는 북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가 그 하나다. 영변은 북한 핵 개발의 심장 같은 곳인 만큼 폐기 의미가 작지 않다. 현재 영변에는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 생산시설, 핵연료봉 재처리시설 등 400개 이상의 건물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연료 생산부터 핵무기 제조까지 모든 핵 개발이 이뤄지는 완결적 구조를 갖췄다고 한다.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7년 ‘2·13 합의’를 비롯한 지난 25년간의 북핵 협상 역사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가 줄곧 중심 과제로 다뤄진 이유다. 세계적인 북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영변 핵시설을 폐쇄한다면 가장 중요한 비핵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영변 핵시설을 확실히 폐기한 뒤 비핵화 대상을 확대해가는 로드맵을 검토해봐야 한다.

이번 2차 회담의 결렬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실천된 것은 없다.

이런 사실은 북한 비핵화는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 경제 사정 악화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곧 닥칠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의 장밋빛 대북정책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남북 경협 확대가 북한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이상적 생각을 버리고 대북제재를 앞장서 해제하는 어리석음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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