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을 펼쳤는데/ 개미가 뽈뽈거린다/ 헐, 개미가 학교까지 따라오다니/ 지금쯤 난리 났겠다/ 개미 엄마랑 아빠/ 형이랑 누나가/ 막내 찾는다고 난리 났겠다/ 어쩌면 좋지?/ 개미는 파출소가 없으니/ 데려다줄 수도 없고.”
본보 문예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한혜영씨가 출간한 동시집 ‘개미도 파출소가 필요해’(표지사진·푸른사상)에 나오는 같은 제목의 시 전문이다. 무심코 지나친 개미들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우리와 어울려 살아가는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시다.
시인은 “길을 잃은 개미를 위한 파출소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혔다. 그는 시를 통해 우리와 함께하는 다른 생명체들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개구리 말이’ ‘붉은, 두루미 모자’ ‘춤추는 원숭이’ ‘숲속 노래방’ ‘떠돌이 개’ ‘오리 가족’ ‘겨울 멧새들’ ‘상상하는 고양이’ ‘거위 배 속’ ‘숫자 세는 물고기’…
시집에 들어있는 시 제목에는 그동안 우리와 함께하면서도 몰랐던 동물, 식물, 곤충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행동을 통해 우리와 다르면서도 닮은 모습들을 짤막한 언어들로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개구리는 왜 겨울잠을 자고, 담쟁이 덩굴손은 왜 새파랗고, 원숭이는 어쩌다 곡예를 타게 됐는지 등을 시인은 알려주고 있다.
또, 자연 세계는 인간 세계와 달라 생각하지 못한 것들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면서 “싸운 뒤 멀찍이 앉아 먼 곳만 바라보는 부모님 같은 전깃줄 위의 새 두 마리, 백화점 시식 코너에서 여러 음식을 맛보듯 여러 꽃을 맛보는 벌레 등은 서로 닮은 존재”라고 비교한다.
그가 자연에서 고른 시어들은 작가의 성장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전학 오기 전까지 충남 서산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는 “이번 동시집은 어릴 적 기억을 더듬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에 전학 와 ‘촌닭’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세상에서 가장 부끄럽게 여겼던 그 ‘촌닭’ 아이를 그리워하기 시작하면서 썼던 동시를 5년 만에 묶어 시집을 냈다”며 “이제부터라도 ‘촌닭’ 그 아이의 말을 잘 듣는 커다란 귀를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동문학연구’에 동시조로 등단한 그는 계몽사 아동문학상에 장편동화가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동시집 ‘닭장 옆 탱자나무’, ‘큰소리 뻥뻥’, 장편동화 ‘뿔 난 쥐’, ‘로봇이 왔다’, ‘영웅 소방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