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스카 트로피

2019-02-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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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일요일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돼있다. 지금은 전세계인이 위성중계를 통해 지켜보는 글로벌 행사지만 90년전의 시작은 더글라스 페어뱅스가 주최한 만찬이었다. 1929년 5월16일 할리웃의 루즈벨트 호텔에서 영화 관계자 270명이 모여 격려 차원에서 상을 수여했던 간단한 행사가 제1회 아카데미 어워즈였다. 시상식은 15분만에 끝났고, 당시 수여된 트로피는 15개,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3개월 후였다. 그러다 제2회부터 캘리포니아 지역에 라디오 중계가 시작되었고, 17회부터 미전역에 방송되었으며, 25회부터는 TV로 생중계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9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상식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꼭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영화 관계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황금색 조각상, 길이 13.5인치 무게 8.5파운드의 오스카 트로피다. 손에 칼을 잡고 필름 릴 위에 서있는 기사 모양(세드릭 기븐스 디자인)을 조지 스탠리가 조각한 이 트로피는 주조물 내용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제1회 때부터 지금까지 오리지널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청동으로 떠서 금을 입히고 수작업으로 다듬어 광을 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50개 만드는데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2000년 제72회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55개의 트로피가 몽땅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카데미는 부랴부랴 1주일 만에 트로피들을 다시 만들어야 했고, 도난당한 트로피 중 52개는 9일후 LA 한인타운의 한 음식점 뒷골목 쓰레기통에서 환경미화원에 의해 발견됐다.(미화원은 보답으로 5만달러와 시상식 입장권을 받았다) 그러나 누가 트로피를 훔쳤는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편 트로피에 수상자 이름은 언제 새기는 것일까? 수상자 이름은 발표 순간까지 비밀이기 때문에 시상식에서는 모두 이름없는 트로피를 수여받는다. 그리고 트로피를 아카데미에 반납한 후 몇주를 기다린 다음에야 자기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는 시상식 직후 열리는 축하파티(Governor‘s Ball)에서 즉석 명패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트로피 제작사가 미리 모든 후보의 이름을 새긴 명판을 만들어두었다가 현장에서 수상자의 것을 골라 붙여주는 것이다.

오스카 트로피는 사고 팔 수 있을까? 1950년 아카데미(AMPAS)는 수상자나 가족이 트로피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수상한 트로피의 경우 경매에 나온 일이 두 번 있었다. 오손 웰스가 1941년 ‘시민 케인’으로 받은 극본상 트로피가 2011년 온라인 경매에서 86만1,542달러에 팔렸고, 1946년 ‘우리 생애 최고의 해’로 남우조연상을 탔던 해롤드 러셀은 아내의 병원비 때문에 1992년 트로피를 6만500달러에 팔았다.

90년동안 수여된 트로피의 숫자는 3,072개,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간 사람은 월트 디즈니다. 그는 59회 후보지명돼 22회 수상했고 명예상도 4회 받았으니 총 26개를 챙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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