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카이 캐슬

2019-02-19 (화)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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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캐슬

문일룡 변호사

최근 한국에서 최고의 화제였다는 TV 드라마 ‘스카이 캐슬’ 20편을 모두 보았다. 치열한 대학 입시에 관한 드라마인데, 전반부는 유튜브 비디오 클립들로 봐서 모든 내용을 다 챙기진 못했다. 그러나 시리즈 후반부는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풀버전 비디오들을 보았다. 한 주 만에 모두 몰아서 보느라 잠을 많이 놓쳤다.

내가 처음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드라마에 나오는 입시 코디네이터가 페어팩스 카운티 출신으로 소개된다고 해서였다. 과연 드라마에서 페어팩스가 어떻게 비쳐지는지 궁금했다. 더욱이 한 열흘 전 한국에서 이 곳을 다녀간 두 명의 교육자들로부터 이 드라마를 통해 페어팩스가 더욱 유명해졌다고 해서 더 궁금했다. 그리고 교육위원인 나로서는 교육, 특히 모든 학생들과 부모들이 중요시 여기는 대학 입시 이슈가 관련된 드라마라고 해서 관심이 더 갔다.

그런데 드라마 안에서 언급되는 페어팩스 관련 부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입시 코디네이터가 페어팩스 출신인데 과거 한국 대학에서 같이 공부했던 급우를 시샘해 딸에 대한 성공에 집착했고, 그런 집착이 사고로 위장한 남편의 살인에까지 이르고 딸은 장애자가 된 것으로 나온다. 또한 입시 코디네이터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비서는 페어팩스에 살 때 마약을 하면서 밤거리를 배회했다는 내용이 포함 되어 있다. 나는 입시 준비 과열 내용을 담은 드라마라고 해서 페어팩스에서의 유사한 현상에 대한 언급이 있으려나 했는데 다행히 그런 부분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페어팩스 카운티 뿐 아니라 미국에 사는 한인 부모들이 한 번 볼 만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내용은 모두 픽션이라고 하지만, 정도에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곳 미국에 사는 부모들에게도 생각해 볼 거리를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인 가정들이 대학 입시 준비에 들이는 치열한 노력에는 부정적인 요소도 제법 포함하고 있음은 굳이 따로 지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녀들의 대학 입시에 ‘올인’하는 가정들이 의외로 많다. 여기에는 재정적, 시간적 올인을 넘어 감정의 무제한적인 투자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입시 준비 외에는 다른 데에 눈 돌릴 여유가 없고, 목표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뿐만이 아니라 그 험난한 과정 중에 가족들 사이의 관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 나에게는 차민혁 교수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특별히 돋보였다. 그는 어려운 가정에 태어나 공부 하나로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 최연소 차장검사 직에까지 올랐다. 그가 박사 과정을 마치고서도 전업주부로 자녀들 교육과 가정을 위해 자기 커리어를 포기한 부인, 하버드 대학 허위 입학 소동을 벌인 딸, 그리고 자신이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루어 주기를 바라는 쌍둥이 아들들과 벌이는 대화는 우리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많은 점들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내게 가장 인상 깊게 남겨 준 장면은 대학병원에서 기획조정실장인 강준상 교수가 병원을 그만 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그의 어머니에게 던지는 하소연이다. 아들 강 교수를 수능시험 전국 수석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어머니는 아들이 병원장이 되고 손녀가 서울 의대에 진학 해 3대째 의사가 되어 주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듯 했다.

그런데 그 손녀는 자신을 지도하던 입시 코디네이터의 학교 시험지 유출로 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그리고 아들마저 병원을 그만 두자 바로 아들에게 달려와 그럴 수가 있느냐고 야단친다. 이에 아들은 자신은 병원장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병원장을 원한 것은 어머니이지 본인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 그냥 엄마 아들이면 안돼요?”라고 부르짖는다.

자녀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에 만족하지 않고 꼭 무엇이 되어 주기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어떤 대학에 합격하고 무엇을 전공해 어떤 일을 하기를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대학과 전공 그리고 진로 선택이 자녀들의 적성에 맞는지 보다는 부모 희망사항에 더 초점을 맞추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나도 두 아들 녀석을 키우면서 그랬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이에 이제 다 큰 애들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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