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베를린 국제영화제 현장을 가다
▶ 김태용 감독 ‘꼭두 이야기’등 4편 초청, ‘우상’ 예매 시작하자마자 매진행렬
강렬한 비주얼로 주목을 받은 영화 ‘우상’의 주연배우 설경구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포토 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매년 2월이 되면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전 세계에서 영화인들이 모여든다. 올해로 69회째를 맞이한 베를린 국제영화제(Berlinale Film Festival)는 1951년 독일 서베를린 시장 빌리브란트가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지향하면서 창설한 국제영화제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포츠담 광장 일대는 동·서 베를린이 나뉘는 지점에 위치해 1989년 11월9일 무너진 베를린 장벽이 마치 설치미술품처럼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2019 베를린 국제영화제(2019 Berlinale Film Festival)는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베를린 일대에서 황금곰상을 노리는 17편의 경쟁부문 초청작을 포함해 400편을 상영했다. 올해 초청된 한국영화는 김태용 감독의 ‘꼭두 이야기’(제너레이션 섹션), 장률 감독의 ‘후쿠오카’(포럼), 김보라 감독의 ‘벌새’(제너레이션 14+), 이수진 감독의 ‘우상’(파노라마) 4편이었다. 또, 2016년 영화 ‘스파 나잇’으로 선댄스 영화제 특별심사위원상을 수상했던 한인 감독 앤드류 안의 ‘드라이브 웨이’(Driveways)가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섹션에 진출했다.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몰린 영화들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의 은총’(By the Grace of God), 파티 아킨 감독의 ‘골든 글로브’(The Golden Glove), 개막작인 론 세르픽 감독의 ‘낯선 이들의 친절함’(The Kindness of Strangers), 노라 핑슈하이트 감독의 ‘시스템 크래셔’(System Crasher)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이 참석한 영화 ‘바이스’(Vice) 등 이었다. 한편, 중국 거장 장이모우 감독의 문화대혁명을 소재로 한 최신작 ‘원 세컨드’가 상영 사흘을 남기고 경쟁부문에 출품을 철회하는 이례적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파노라마 섹션 초청작 ‘우상’
설경구·천우희·한석규 주연의 영화 ‘우상’(Woosang·감독 이수진)이 베를린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어 주 팔라스트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한국영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하듯 영화 ‘우상’은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룬 2014년 개봉작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영어제목 ‘Idol’보다 영화제에서는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Woosang’으로 불리우며 인기를 모았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와 국악의 만남 ‘꼭두 이야기’
영화 ‘만추’로 2010년 베를린 영화제에 진출했던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꼭두 이야기’(Kok-du yi-ya-ki: A Story of Guardian Angels)는 ‘군함도’의 방준석 음악감독이 국립국악원과 함께 만든 공연 ‘꼭두’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서 필름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여 환호를 받은 바 있다.
‘꼭두 이야기’는 시장에서 본 예쁜 강아지를 사기 위해 할머니의 꽃신을 판 두 아이가 엉겁결에 저승을 경험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영화 속 ‘꼭두’는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상이자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매개체를 의미한다.
김 감독은 판소리와 고전영화를 접목시킨 ‘필름 판소리 춘향’(2016)과 흥보가를 중심으로 한 ‘레게 이나 필름, 흥부’(Reggae Inna Film, Heungbu·2017)를 통해 국악과 영화를 연계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해왔다. 방준석 음악감독이 정악과 민속악, 무용 등 활용해 영화 음악을 담당했고 김수안·최고가 남매 역을, 조희봉·심재현 그리고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이하경·박상주 단원이 꼭두 역을 맡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의 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오석근)는 베를린 영화제 5일째인 11일 베를린에 위치한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한국영화의 밤(Korean Film Night)’ 행사를 개최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주독일한국문화원(원장 권세훈)이 공동주최한 ‘한국영화의 밤’ 행사는 오석근 위원장과 주독일한국대사관 정범구 대사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영화 ‘후쿠오카’의 장률 감독, 영화 ‘꼭두이야기’의 임재원 국립국악원 원장, 배우 박상주·이하경,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 배우 박지후, 김새벽, 이승연이 참석해 행사를 빛냈다.
특히, 카를로 샤트리안 차기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히사마츠 타케오 도쿄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로저 가르시아 홍콩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해외국제영화제 주요 인사들과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충직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선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상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방은진 강원영상위원회 위원장 등 영화계 주요인사들이 참석해 한국영화의 힘을 실감하게 했다.
오석근 위원장은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와 한국영화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내외 영화인들의 교류가 활성화되길 바라며 한국을 비롯해 더욱 많은 아시아의 영화들이 유럽에서 조명되길 희망한다”고 밝혀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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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