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 터치

2019-02-16 (토)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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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오바마 터치’(Obama Touch)란 말이 유행했었다. 미국의 정치 전문지인 ‘폴리티코’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버락 오바마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대통령으로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손을 많이 사용해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상대의 어깨를 치거나 등을 두드리거나 손을 잡는 등 말과 손을 겸용하는 대화법을 썼는데 이것을 ‘오바마 터치’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오바마 터치’는 그 자체가 메시지를 품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의도를 손의 접촉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14일은 ‘성 밸런타인의 날’(St. Valentine‘s Day)이었다. 흔히 사랑을 전달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연중 가장 꽃이 많이 팔리는 날이기도 하다. 밸런타인은 4세기 로마에서 산 사제이다.


어느 날 성경을 읽다가 “네 손이 일을 당하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지어다”(전도서 9:10)라는 말씀에 감동을 받았다. 그는 이렇다 할 재주가 없는 자기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편지쓰기를 결심하였다. 환자, 외로운 사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알아내어 그들을 위로하는 글을 쓴 후 직접 배달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위로 편지를 받는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용기를 얻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밸런타인 사제의 편지 받기를 갈망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병환으로 사망했다. 그의 사망일인 2월14일을 ‘성 밸런타인의 날’로 지키며 세계 각국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사랑편지와 사랑선물이 오가게 된 것이다.

오바마 터치는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몸에 내 손을 접촉시킴으로 얻는 대화의 효과였고 밸런타인의 편지 쓰는 손은 아픈 마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손이었다. 사람이 어떤 손을 갖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죽이는 손도 있고 살리는 손도 있다. 속이는 손도 있고 진실의 손도 있다.

고대인들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자기의 손에 무기가 들려있지 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하여 빈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이것이 악수가 시작된 유래이다. 밸런타인이 사랑의 상징이 된 것은 그의 손이 사랑을 전달하는 아름다운 손이었기 때문이다.

컬럼비아 대학 문학교수 앤드루 덴발코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일본 히로시마의 원자탄 투하, 스탈린의 죽음의 캠프,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르완다의 집단 무덤, 보스니아의 인종 청소를 ‘인류 최대의 6대 죄악사’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 모든 끔찍한 대형 살상행위가 사람의 손으로 집행되었으니 사람의 손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말하였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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