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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청춘’ 바람타고 아이슬란드로 떠나 볼까

2019-02-15 (금) 레이캬비크=글ㆍ사진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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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벨리어, 게이시르, 굴포스··· 볼거리로 꽉 찬 골든 서클

▶ 아이슬란드 (Iceland)

‘꽃 청춘’ 바람타고 아이슬란드로 떠나 볼까

아이슬란드 1번 국도

‘꽃 청춘’ 바람타고 아이슬란드로 떠나 볼까

오전 11시 무렵의 싱벨리어 국립공원.


비행거리 1만km, 비행시간 14시간, 세계 최북단의 수도 레이캬비크.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멀고도 먼 나라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최근 한국에 부는 북유럽 열풍에서도 아이슬란드는 비껴 있었다. 한국인에게 아이슬란드는 그린란드와 비슷할 정도로 멀고 먼 동토다. 그런 아이슬란드가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여행 붐을 일으켜왔던 tvN ‘꽃보다 @@’시리즈에서 ‘청춘’팀의 여행지로 낙점돼 인기리에 반영되고 있는 덕이다. 눈물 날만큼 압도적인 폭포 굴포스와 영롱한 푸른 빛 오로라를 마주하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아직은 신비에 싸인 그곳, 아이슬란드에 다녀왔다.

여행의 시작과 종착지, 레이캬비크

“Are you Park?” 오전 9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호텔 로비 문 밖에 하얀 미니 버스가 멈춰 섰다. 이윽고 한 손에 서류철을 든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찾았다. 배낭을 메고 따라 나서 버스에 올라타니 완전무장을 한 각국 여행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꽃보다 청춘’처럼 렌터카를 빌리거나, 각종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이용하면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도는 1번 국도 ‘링로드’를 따라 여행하기 용이하다. 여행지에서까지 운전하기가 꺼려지거나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부족함이 없다. 기자도 아이슬란드에서 머문 5일 동안 모두 4개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32만 인구 중 2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주요 관광지는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주로 서쪽과 남쪽에 있고, 하루짜리부터 1박2일, 2박3일 프로그램이 거의 모두 레이캬비크에서 출발한다. 대부분 투어 프로그램은 아침마다 호텔 로비에서 예약자를 픽업해 버스에 태운다. 때문에 오전 8시30분~9시30분 사이 레이캬비크 시내는 픽업 버스들이 분주히 오간다. 투어 종류에 따라 미니버스로 계속 여행하거나, 5분 거리의 버스터미널로 이동해 45인승 버스로 갈아타고 진행한다.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일조 시간이 유독 짧다. 오전 11시나 돼야 해가 뜨는구나 싶고 오후 4시가 지나면 해가 진다. 5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관광지를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제한적이다. 여행 기간 동안 매일같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했기 때문에 정작 낮 시간에는 레이캬비크 시내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클래식, 골든 서클

골든 서클(The golden circle)은 레이캬비크를 출발해 싱벨리어 국립공원(Thingvellir National Park), 간헐천 게이시르(Gyesir), 굴포스(Gullfoss) 폭포를 도는 코스, 이 3개 관광 포인트가 원을 그리며 위치해 있어 ‘골든 서클’로 불린다. 레이캬비크에서 출발해 다시 레이캬비크로 돌아오기까지 6~8시간이 걸린다. 오래 걷는 구간이 없어 체력부담이 적은 투어 중 하나다.

골든 투어는 여정 자체가 볼거리로 가득 차 있다. 용암이 녹아 굳은 산, 하얗게 눈 덮인 들판에서 풀을 뜯는 아이슬란드 토종 말들, 불순물 없는 깨끗한 하늘까지. 싱벨리어 국립공원으로 가는 버스에서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코를 박고 창 밖을 주시하게 된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아이슬란드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역사적으로나 지질학적으로나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곳이다. 유라시아판과 아메리카판이 갈라진 지점이자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호수를 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다음 목적지는 게이시르. 뜨거운 암석층이 만든 증기의 압력으로 지하수가 솟아오르는 간헐천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했고, 대표적인 간헐천의 이름이 바로 게이시르다. 공원길 주변에 졸졸 흐르는 맑은 물줄기는 온도가 80~100℃에 달해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 표지판이 곳곳에 걸려있다.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 이름으로도 유명한 게이시르는 현재 활동을 멈춘 상태다. 대신 스트로퀴르(Strokkur)가 약 5분에 한 번씩 수십~100여 미터에 이르는 물기둥을 뿜어낸다.

스트로퀴르 주변에는 관광객들이 분출 순간만을 기다리며 저마다 손에 카메라를 들고 대기 중이다. 지하수가 ‘꿀렁꿀렁’거리며 분출의 기미가 보이면 모두의 시선이 분출구로 쏠린다. 별안간 폭포수 같은 소리와 함께 물기둥이 솟구쳐 오르면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게 된다. 그 사이 십중팔구는 아쉽게도 셔터 찬스를 놓친다.

골든 서클 투어 마지막 코스인 굴포스는 게이시르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 굴포스는 빗물과 빙하가 녹은 물이 섞여 흐르는 흐비타(Hvita)강이 32m 협곡 아래로 떨어지는 3단 폭포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굴포스의 소유주가 이곳을 영국에 팔고자 했으나 그의 딸 시그리드 토마스도티르의 반대로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폭포 주변에 어떤 시설도 세우지 않는 조건으로 아이슬란드에 기증해 지금에 이르렀다. 시그리드 토마스도티르는 아이슬란드 최초의 환경운동가로 여겨지며 굴포스 근처에도 그녀를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졌다고. 휴게소 주차장에 내려 굴포스까지는 수십 미터를 걸어 내려가야 한다.

오후 4시가 넘어 해가 지자 하늘엔 초승달이 걸렸다. 관광객들이 하나 둘 떠나고 굴포스에도 적막이 찾아왔다. 주황빛 석양이 비치는 굴포스의 풍광은 아이슬란드에서 본 가장 근사한 풍경 중 하나였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해질녘 굴포스를 절대 놓치지 말기를.

골든 서클 투어의 관광지들은 입장료가 모두 무료다. 이곳에는 추가 입장료를 내고 체험할 부가적인 요소들이 없다. 경관을 해치는 거창한 입구도, 삼엄한 울타리도 없다. 짧은 시간 ‘아이슬란드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골든 서클은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레이캬비크=글ㆍ사진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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