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 연두교서

2019-02-14 (목)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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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 연두교서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마이웨이였다. 그중 핵심 키워드는 ‘장벽’이었다. 그리고 뜬금없어 보이는 듯하지만 민주당을 겨냥하여 ‘반(反)사회주의’를 언급했다. 장벽과 반사회주의는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전 략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작년 중간선거에서 상당수의 사회주의자들이 의회에 입성을 한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주로 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캘리포니아 출신이고, 이들 주는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이면서 행정부까지 장악하고 반트럼프 진보의 노선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대통령 마이웨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북한과 급격하게 협상하는 것을 못 마땅해 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전략을 충실히 따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사고에 기초한 외교에 동의하지 않는 그룹들이다.


정상회담은 실무협상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다. 특히, 70년 적대국인 북미 정상들이 하는 회담이기에 결과는 어쩌면 상당히 충격적일수도 있을 것이다. 70년 동안 전쟁의 공포 속에 살아온 한반도를 모국으로 두고 있는 미주 한인들은 당연히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얘기를 꺼내면서 민주당이 사회주의로 경도되고 있다고 비판을 했다. 트럼프의 레퍼토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부유세 정책을 들고 나오고 있고, 민주당 대선 후보경선의 주요 이슈가 부의 분배에 관한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8월 16일 시티그룹 ‘거액투자자를 위한 상황 보고서’는 당시 미국에서의 빈부격차 극대화가 새로운 귀족정치의 초석임을 설명하면서,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화려한 잔치에 대한 단기적인 위협은 사회가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99%의 부를 소유한 우리들 1%를 왜 99%가 그냥 보고만 있는가에 대한 시티그룹의 답은 유권자 대부분이 자기도 언젠가는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열심히 노력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2019년 부자들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미국인 65%가 넘게 찬성하고 있다. 지금의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되기는커녕 하루하루 사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인들은 사회주의를 반대했다. 현대 자본주의 종주국으로서, 또 반사회주의 블럭의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이었고 미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미국의 대도시와 젊은 층에서 사회주의 바람이 불고 있고 내년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이 바람을 태풍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1943년 병상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제2의 권리장전을 연두교서 형식으로 텔레비전을 통하여 발표하였다. 전쟁 후 미국을 새롭게 건설하기 위한 플랜을 제시한 것으로 내용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다.

알맞은 보수의 일자리를 가질 권리, 적절한 음식과 옷 유흥을 향유할 권리, 모든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 팔아서 가족이 생활 할 수 있는 권리, 모든 기업이 불공정 경쟁과 독점의 지배로 부터 자유로울 권리, 모든 가정에 알맞은 주거를 누릴 권리, 의료보호와 건강을 누릴 권리, 실업 등의 경제적 공포로부터 보호되고 좋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권리. 이 모든 권리들이 말하는 건 사회보장이다.

그리고 76년 만에 미국은 밑으로부터 사회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우려를 하고 있을까?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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