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 블레싱

2019-02-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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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 대통령 선거의 가장 유력한 민주당 주자는 누구인가. 2019년 2월 초순의 시점이다. 그러니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

트럼프 인기가 말이 아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권탈환의 가능성이 높은 것. 그래서 진작부터 미국의 야권에서는 대선바람이 불고 있다. 이와 함께 누가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권주자인지 ‘게싱 게임’도 벌써부터 유행이다.

‘… 미셸 오바마일 수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전례에 따라 미셸이 출마한 것으로 가정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를 이기는 것으로 나와 일각에서 제기된 주장이다. 무슨 말인가. 전직 대통령 오바마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 59% 대 부정 37%. 백악관을 떠날 때 오바마 지지율이다. 올 1월말에 실시된 갤럽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율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긍정 37% 대 부정 59%가 집권 2년차에 트럼프가 받아든 성적표다.

백악관을 떠난 이후 한동안 오바마는 민주당 진보세력으로부터 경원시됐었다. 혹시 극단적인 흑인 대통령으로 낙인찍히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진보 어젠다를 외면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을 받았던 것.

세월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바마와 트럼프는 그 언행이 너무나 대조된다.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는 (특히 이민문제에서) ‘공포와 불평’, 오바마는 ‘희망과 변화’를 내걸었다.

이와 함께 달라도 너무나 달라진 백악관 풍경. 노스탤지어 탓인지 오바마 인기는 새삼 치솟고 있다.

지난해 7월의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31%의 미국인들은 평생에 겪은 대통령 중 오바마를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4%에게는 오바마가 가장 훌륭한, 혹은 두 번째로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됐다.

해외정책에서, 경제, 심지어 한동안 논쟁대상이었던 오바마케어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유산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의 상향곡선은 오바마 2기 때에 그 출발점이 찾아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오는 진단은 2020년 미국 대선의 향방은 누가 ‘오바마 블레싱’ 수혜자가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출마의사를 표명한 민주당 인사들은 저마다 ‘오바마와 특수 관계’를 내세우고 있다.


“오바마 시절 8년 간 부통령이었다. 그러니 나야말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은연 중 내비치는 카드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등 다른 민주당 주자들도 스스로가 ‘오바마 키드’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 워싱턴 기상도가 한국의 정치현실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래서 씁쓰레한 느낌마저 든다.

수감 678일 만에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전해진 한국의 ‘직전 대통령’ 발언, 그 발언은 황교안, 홍준표, 오세훈 등 보수권의 잠재적 대권후보들에 대한 원망과 불평으로 가득 차있어 전당대회를 앞둔 야당을 흔들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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