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밸런타인스 데이 하루 전날

2019-0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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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 넘쳐나는 달콤한 초콜릿과 향기로운 장미다발로 설레는 ‘사랑의 날’ 밸런타인스 데이가 점점 시들해지는 것일까. 10년 전엔 미국인의 60% 이상이 이날을 지켰는데 이젠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사람들의 속마음 사랑이야 알 수 없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상품판매 서베이에서 나타난 성향이다.

전국소매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금년 밸런타인스 데이 플랜을 가진 사람은 51%로 2007년 63%에 비해 크게 줄었다. 샤핑객 숫자도 12년째 하락세다. 지출액은 증가했으나 애인이나 남편만이 아닌 친구와 가족, 동료와 애완동물 등 ‘다른 대상’에게 쓰는 몫 또한 늘어나고 있다.

다른 대상 중 금년 관련업계가 작심하고 겨냥한 타겟이 ‘갤런타인스 데이(Galentine‘s Day)’다. 밸런타인스 데이 판매 활기를 되살리기 위한 마케팅인데 성공조짐이 뚜렷하다.


밸런타인스 데이 하루 전날인 2월13일, 갤런타인스 데이는 여성들의 우정을 기리는 날로 ‘girl’과 ‘Valentine’s Day’의 합성어다. 2010년 NBC-TV의 시트콤 ‘파크스 앤 레크리에이션’의 여주인공이 친구들을 위한 브런치 파티를 열고 “갤런타인스 데이가 무슨 날이냐고? 1년 중 최고의 날이야. 내 여자 친구들과 내가 남편과 보이프렌드들을 집에 두고 우리끼리 모여 자축하는 것이지”라고 말한 데서 비롯되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성들의 관심을 끌면서 점차 호응을 높여가는 ‘갤런타인스 현상’을 눈여겨 본 소매업계가 마케팅에 이를 도입한 것은 몇 년 전부터이며 그 성과가 예상을 뛰어넘자 금년엔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더 이상 밸런타인스 데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소매업과 꽃집이 갤런타인스 데이 특수를 즐기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도 보도했다.

“밸런타인스 데이의 기본개념은 이제 구태의연하게 느껴진다. 당당한 요즘 여성들은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더 이상 남자들이 꽃을 사다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시트콤의 제작자 마이클 슈어는 갤런타인스 현상의 배경을 설명한다.

소매분석가 마샬 코언도 젊은 소비자들에게 밸런타인스 데이는 부모를 연상시킨다며 “갤런타인스 현상이 밸런타인스 데이 매상을 향후 3년간 2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업계들은 이 새로운 트렌드를 잡으려고 발 벗고 나섰다. 홀마크는 금년에 16가지의 갤런타인스 카드를 선보였다. 밸런타인스 카드를 사는 여성의 3분의 2가 애인이나 남편이 아닌 친구와 자녀 위한 카드를 산다는 리서치를 참고한 결과다. 2년 전부터 10대를 대상으로 카드와 풍선 등 갤런타인스 상품을 팔기 시작한 월마트는 갤런타인스가 성인여성들에게 더 어필하고 있다는 리서치 결과가 나오자 금년엔 와인잔 등으로 상품종류를 확대했다.

고객의 75%가 다른 여성에게 꽃을 보내는 여성이라는 점에 포착한 꽃 배달 서비스 ‘팜걸 플라워스’도 “당신의 BFF(Best Friends Forever 영원한 절친)를 즐겁게 할 방법”이란 이메일을 발송하며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톡톡한 재미를 보는 건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패트릭스 요식업 그룹은 금년 밸런타인스 매상이 갤런타인스 덕분에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꽃집과 기프트샵, 식당과 여행사…한인업소들에게도 ‘여성들의 우정’을 타깃하는 갤런타인스 마케팅은 당장 시도해볼만한 아이디어다. 여고동창회만도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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