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기록적인 비로 캘리포니아는 오랜 가뭄에서 벗어나게 됐다. 폭우 피해지역에는 유감이지만, 캘리포니아의 겨울비는 단비요 선물이다.
지난 두 달의 엄청난 강우가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는 또 하나의 선물은 대자연의 만개다. 오래 목 말라있던 대지가 물을 흠뻑 마셨으니 올봄에는 가주의 산천초목이 너도나도 기지개를 켜고 푸릇푸릇 신록과 화려한 야생화의 향연을 펼칠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장관이 데스밸리(Death Valley)의 수퍼 블룸(Super Bloom)이다. 북미주에서 가장 더운 곳, 가장 건조한 곳, 해발이 가장 낮은 곳으로 유명한 데스밸리는 일년 강우량이 평균 2인치 정도밖에 안 되는 ‘죽음의 계곡’인데, 올 겨울처럼 비가 많이 내리면 잠들어있던 생태계가 화들짝 깨어나 ‘생명이 가득 찬 계곡’으로 변신한다.
황량하던 사막과 계곡에 수십종의 야생화가 만발하고, 하얗게 말라붙은 방대한 소금밭이 은빛 호수가 되기도 하는 ‘수퍼 블룸’의 해에는 3~4월에만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자연이 연출한 기적에 넋을 잃곤 한다. 1911년의 최대 장관 이래 2005년과 2016년이 수퍼 블룸으로 기록됐는데 올해도 그 장관을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런데 2019년이 수퍼 블룸이라고 해도 걱정되는 것이 있다. 한달 넘게 지속됐던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국립공원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이를 복구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소식 때문이다. 게다가 셧다운이 완전 종식된 것이 아니어서 2월15일까지 예산안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립공원들이 다시 무법천지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A타임스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35일 동안 데스밸리, 조슈아 트리, 요세미티 등 가주내 국립공원들이 겪은 피해현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곳곳에 쓰레기와 배설물, ‘화장지 꽃’이 쌓여있고, 펜스와 출입문, 표지판들을 부수고 파손한 반달리즘도 심각하며, 캠프사이트 아닌 곳에서 캠핑하고 불을 피운 자국이 수없이 많다고 한다. 데스밸리에서는 사람 배설물은 물론이고 화장지 쓰레기가 1,400여 뭉치나 나왔고, 요세미티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이 도로변에 실례를 해놔 공원 당국이 위생문제로 일부 캠프 그라운드와 레드우드 숲을 폐쇄했을 정도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특히 피해가 심한데, 오프로드 차량들이 운행 금지된 보호구역을 마구 돌아다니며 바퀴자국을 남기고 자연을 훼손한 흔적이 24마일에 걸쳐 남아있다. 또 조슈아 트리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꺾이고 부러지고 잘라졌는데 조슈아 나무는 일년에 1인치 정도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파손된 식생이 복구되는 데는 몇 세기가 걸릴 지도 모른다고 한다.
평소 누구보다 질서를 잘 지키는 미국인들이 레인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돌변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원 관계자들은 “대다수의 방문객들은 규정과 질서를 지키지만 소수의 질 나쁜 사람들이 저지르는 짓”이라고 개탄하면서 “국립공원이 보호하는 자연과 야생이 얼마나 다치기 쉬운 생태계인지 모두 알아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데스밸리 당국은 지금 수퍼 블룸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눈치다. 혹시라도 셧다운 사태가 다시 발생했을 때 야생화를 보려는 인파가 몰려온다면 데스밸리 역사상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