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조각가 최세윤, 어수자 부부 서울서 전시회

2019-01-18 (금) 이정훈 기자
크게 작게

▶ ‘명동의 봄’ 주제 판화 40여점, 2월 7일- 2월12일까지

조각가 최세윤, 어수자 부부 서울서 전시회
베이지역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최세윤, 어수자씨 부부<사진>가 서울 명동에서 전시회를 연다.

‘명동의 봄’이란 제목으로 2월 7일부터 2월 12일까지 명동 성당 지하 1898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최 부부는 판화 등 작품 4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서울 홍대 미대(조소과)를 졸업한 최세윤씨(데이빗 최) 와 이화 여대 미대, 대학원(조소과) 등을 마친 어수자씨는 1982년 도미, 베이지역에서 주방 후드 청소, 카페 등을 운영하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주방 후드 등을 청소하며 작품 활동을 해 온 이들의 진솔한 삶은 2000년도 초 한국 KBS 취재진에 의해 다큐멘타리로 만들어져 전파를 타기도 했다.

최 부부는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36년만에 지인의 도움으로 서울서 여는 전시회라 의미도 있고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다시 작품에 대한 열정이 생기게 됐다”며 “기회가 되면 베이지역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특히 “암울했던 80년 초 고국을 등지고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새 삶을 시작한 지 36년 동안 우리 부부는 낯선 도시의 풍경, 길 위에 버려진 것들,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사라져가는 도시의 뒤안길 등을 그리며 향수를 달랬고, 인생의 희노애락을 여러 형태의 사람 모습으로 표현한 Human Life 시리즈를 만들며 힘든 이국 생활로부터 스스로를 위로받고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다. 70년대 학보 삽화부터 80년 초 미국 오기 전에 제작했던 생애 첫 엣칭, 그 이후 미국에서의 36년 간의 전 작업과정을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주고자 한다”며 초대의 말을 전했다.
조각가 최세윤, 어수자 부부 서울서 전시회

이번 전시회의 산파역을 담당한 최씨의 지인이자 비평가 김홍중씨는 “예술을 위해 삶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삶을 위조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존재하는 현실에서 최세윤, 어수자 부부야말로 공장에서 찍어내듯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들에게 삶이란 예술에 선행하는 것이고 또 삶으로부터 예술은 자연스레 나오기도, 안 나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아직 규모는 작지만 기쁨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예술과 삶 그 자체로 이미 비평이라는 엄숙한 법정에서 무죄”라며 다음과 같은 평을 적었다.

최세윤의 작품에 남성 특유의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어수자의 작품에는 모든 것을 자신 안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태도가 느껴진다. 그리고 보면 돈키호테 같은 충동적 성격의 소유자인 세윤에게서 불안은 세파를 헤쳐나가고 수많은 좋은 친구들이 다가오게 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했던 것 같다. 버려진 듯한 도시풍경, 인도 위에 떨어진 낙엽과 담배꽁초, 그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 사라져가는 황량한 도시풍경 등. 이런 작품들에서는 그것이 그려낸 사물 자체의 아름다움 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최세윤 자신의 '멍한 시선' 이 아프게 느껴진다. 원래의 땅으로부터 떨어져 이방인으로 사는 최세윤의 '외로운 자의식'이 대상에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최세윤의 작품이 노스탤지어적이라면 어수자의 작품은 현재에 충실하다. 숲, 모래밭, 눈부신 햇살, 파도와 물거품 등, 그녀는 자연에 몰입해 있다. 대신 반쯤 눈을 감고 있는 듯… 파도, 바람, 빛, 이런 것들을 화면에 '그리는' 대신, 자신의 몸이 이미 그 안에 흠뻑 잠겨 있는 느낌이다. 자신이 풍경의 일부가 되어 색채, 떨림, 음향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 향연을 즐기는 듯한 심리적 상태가 느껴진다.

모든 생각을 잊게 만들고 행복감을 증폭시키며 행복의 입구를 찾고 그 공간을 점유하는 자질은 어수자에게 좀 더 있어 보인다.

그들이 미국으로 떠난 80년대 초의 한국은 흔히들 '암울한 시대'로만 기억하지만 그것은 역사적 기술에만 몰입된 편견이다. 나의 기억에는 그때가 지금보다 훨씬 밝고 뜨겁고 달콤했다. 어두운 시대의 젊은이들은 진정 행복을 알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의 원동력으로 삼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오늘날 개최한 이 전시회의 조촐한 규모가 아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벽에 걸린 작품들 뒷편으로 그들의 아름다운 삶이 넓게 펼쳐져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태고에 부르다 멈추었던 노래들을 태양을 바라보며 다시 크게 소리쳐 부르기를 기대해 본다.

▶연락처 : 510- 206- 0212(최세윤)

<이정훈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