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잔인한 협상 수단’

2019-01-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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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트럼프 셧다운’은 미 정부 셧다운의 최장기록을 갱신했다. “무슨 승리를 위해 도대체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 - 트럼프의 57억달러 국경장벽 건설기금 요구를 둘러싼 대통령과 민주당 하원의 팽팽한 대치 속에 생계를 위협받는 공무원들의 고통과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역사의 교훈’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경고와 조언도 속출하고 있다.

“셧다운은 체중을 줄이려고 팔을 잘라내는 격”이라고 린다 빌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비유한다. 예산문제의 권위자로 꼽히는 그는 타임지의 분석기사에서 “셧다운은 당장의 승자가 누구이든 간에 양측 모두에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 양산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0년간 발생한 20차례의 셧다운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의 결론도 일치한다 : 장기적 개선은 없이 국민의 일상에 불편을 끼치고 연방공무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문제를 해결시키기 보다는 악화시켜온 과거 ‘셧다운 대치’에서 ‘명백한 승리’는 거의 없었다.


몇 차례 단기적 승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타임은 전한다. 1978년 지미 카터는 공공사업 법안과 국방지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17일 간의 셧다운 끝에 의회는 결국 ‘핵추진 항공모함’ 등 카터가 ‘낭비’라고 반대한 내용을 배제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임기 중 8번의 셧다운 최다기록을 보유한 로널드 레이건의 경우, 셧다운 때마다 이기진 못했지만 1984년 사흘간의 셧다운에선 확실한 승리를 거두었다. 민주당의 민권강화 법안과 수자원 지원법안을 좌절시키고 자신이 원한 방범법안 통과에 성공한 것이다.

1990년 아버지 부시도 명백한 셧다운의 승자였다. 적자감축 없는 예산안에 거부권 행사를 천명한 그가 셧다운을 강행하자 의회는 적자감축 플랜이 포함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없었던 승리였다. 부시는 자신의 공약을 깨고 세금을 인상해야 했고 재선에 실패했으며 적자는 그후로도 계속 증가했으니까.

지금까지의 최장기록은 1995~1996년 빌 클린턴 때의 21일 간 지속된 셧다운이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사회복지예산 대폭 삭감을 단행하려는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이끄는 공화당 의회와의 예산전쟁이었던 클린턴 시절의 셧다운과 2013년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또 한 번의 장기 셧다운도 대통령들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어느 대통령에게도 효과가 뛰어났던 셧다운이란 것은 없었다”고 셧다운의 역사를 연구해온 매릴랜드 대학의 로이 메이어스 교수는 강조한다. 클린턴과 오바마가 승리했다는 셧다운들 역시 수십만 연방공무원들에게 강제무급휴가라는 희생을 강요했고 수십억달러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누구에게도 승리라 할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셧다운은 특히 낙태나 이민 등 논란 이슈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방법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잔인한 협상수단’이라고 빌머스 교수는 정의한다. 카터 시절 승자 없이 끝난 몇 차례의 ‘낙태’ 셧다운과 이번 트럼프의 ‘장벽’ 셧다운이 이 같은 경우에 속한다.

과거엔 셧다운이 웬만큼 진행되면 대치 중에도 서로 ‘출구’를 짐작하고 정확한 순간을 카운트 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예측불가 트럼프의 셧다운은 다른 듯하다. 국경장벽에 갇힌 연방정부의 혼란사태가 오늘로 25일째에 접어들었는데도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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