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펜타곤의 초대

2019-01-14 (월) 김탁제 미주펜문학 운영이사
작게 크게
펜타곤의 초대

김탁제 미주펜문학 운영이사

지난해 12월 중순 딸이 흥분된 음성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딸은 공군으로 국무부에서 복무 중인데, 자신이 모시는 라이스 장군이 “네 부모를 만나고 싶다”며 우리 부부를 12월19일 오전11시에 펜타곤으로 초청을 했다는 것이었다.

”미국 3성 장군이 초청을 하다니 ~” 믿어지지가 않았다. 초청인은 미 공군 방위사령관 스코트 라이스 중장이었다. 딸은 그의 귀빈영접 연회 담당이다. 뉴욕에 있는 식품관리 및 조리 분야 명문대학을 졸업한 덕분에 딸은 치열한 경쟁 끝에 장군 휘하에 발탁이 되었다.

초청 받은 시각, 우리는 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펜타곤 방문객 접수처에서 엄격한 신분심사를 거쳤고, 본관 출입구의 2차 검사는 공항 검색절차와 같았다. 심지어 군용견까지 동원되어 살벌했다.


입구를 일단 통과하고 나니 요새 같이 살벌하려니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실내는 북적거리는 인파로 대형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펜타곤의 인력은 군인 및 군무요원 합 2만 3,000명과 방위요원 3,000명, 여기에 방문객은 적은 숫자이겠는가. 과연 세계를 움직이는 엄청난 인력이었다.

1941년 건립된 5각형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 공격에 대비, 특수공법으로 요새화 했다. 덕분에 9.11 테러 당시 서편 일부가 파손되었을 뿐 건물 전체의 충격은 미미했다.

바짝 긴장한 채 딸을 따라 3층으로 들어서니, 그곳이 펜타곤 군부의 지휘사령부였다. 드디어 만면에 미소를 띤 라이스 장군이 우리를 반겼다. 순간 나는 화들짝 부동자세로 예를 갖췄다.

장군은 온유하고 소탈했다. 나는 곧 긴장이 풀렸고, 아내는 “초등학교 교장 같다”고 속삭였다. 한국 장성의 위엄 있고 경직된 자세와 대조적이었다. 라이스 장군은 우리를 의자에 앉게 하고는 말을 시작했다.

“따님인 클레어 서전트가 어찌나 상냥하고 음식솜씨가 좋은지, 그 부모는 어떨까? 궁금해서 뵙자고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한국음식 중 볶음밥에 흠뻑 빠졌답니다.”

장군과 격의 없이 대화를 주고받던 중 내가 예민한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교착상태인 북미회담 말입니다. 우리 국민은 무척이나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장군 생각에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 같습니까?”


곁에 앉았던 딸이 깜짝 놀라며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차, 실수했구나 싶었으나 장군은 빙그레 웃더니 “그가 미국을 잘 알고 있으니 원만히 해결되리라 본다”고 간략하게 대답했다.

나는 화제를 돌려 그가 하는 일에 관해 물었다. “나의 가장 중대한 임무는 대통령을 공군임무 범위에서 경호하는 일입니다. 공군 1호기 안전관리이지요, 앤드류 공군기지에는 공군기 1호 2대가 항시 나의 관리 하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대기 중입니다. 나의 작전 관할범위는 미 전국과 하와이, 괌까지 포함되지요. 곧 한국 평택공군기지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어 장군은 우리를 “엔드류 공군기지로 안내해 드리라”고 딸에게 지시한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무려 40분간 환담 후 장군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며, 기회 있으면 또 만나자는 다정한 석별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김탁제 미주펜문학 운영이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