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값비싼 이혼

2019-01-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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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원래 남미에 있는 강 이름이다.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해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이 강은 수량으로 세계 최대이고 길이로도 최장이다. 수량으로 그냥 최대가 아니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다음 7개 강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아마존 하나가 바다로 흘러가는 세계 강물의 20%를 차지한다.

아마존 강의 원래 이름은 ‘마라뇽’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곳을 탐험하던 프란시스코 데 오레야나 일행이 여전사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아마존’으로 바꾸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들의 나라를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원뜻은 이란 말로 ‘함께 싸우다’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아마존은 강이나 여전사보다 회사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1994년 제프 베조스가 인터넷으로 책을 팔기로 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의미로 ‘아마존’을 회사 이름으로 택했다. 이 회사는 그 후 각종 생활용품에서 디지털까지 온갖 분야에 진출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아마존의 급성장에 고무된 투자가들이 주식을 마구 사들이면서 올 초 아마존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등극했다. 7일 현재 아마존 시가 총액은 7,970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의 7,890억 달러보다 많다.

이와 함께 이 회사 주식의 16%를 가지고 있는 베조스의 재산은 1,300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나마 작년 9월 아마존 주가가 2,000달러를 넘어섰을 때에 비하면 15%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최고 부자의 지위에 앉아 있을 날은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그가 전격 이혼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9일 트위터로 “25년 간 사랑의 탐험을 끝내고 이혼하기로 결정했다”며 전격 이혼 소식을 알렸다.

1992년 그가 헤지 펀드에서 일할 당시 면접관과 취업 희망자로 만난 제프와 그 아내 맥켄지는 1993년 결혼했으며 그 후 1년 뒤 아마존이 탄생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워싱턴 주법에 따르면 결혼 후 함께 일군 재산은 이혼 시 반반씩 분할하게 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제프가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 주식 절반은 아내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제프의 재산은 650억 달러로 줄어들며 부자 랭킹도 5위로 떨어진다. 투자가들은 이번 제프의 결정이 아마존 경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그가 왜 갑자기 25년에 걸친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기로 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한 연예매체에 따르면 제프가 할리웃의 거물 패트릭 화이트셀의 아내이자 팍스 뉴스 앵커였던 로렌 산체스와 불륜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지 식스’에 따르면 2016년 패트릭과 로렌이 별거에 들어가면서 제프와 로렌이 만나기 시작했고 로렌은 이 사실을 남편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 조종사이기도 한 로렌은 제프가 세운 우주 개발업체 ‘블루 오리진’에서 조종사로 일하며 제프의 항공촬영을 돕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 사이 일은 부부밖에 모른다’는 말도 있지만 재산이 급속히 늘거나 준 가정은 깨지기 쉽다는 것은 한인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현상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좋아지면 새 신분에 걸맞은 ‘트로피 배우자’를 찾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새해 벽두부터 전해진 세계 최고부자의 이혼 소식은 씁쓸한 뒷맛을 남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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