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시안컵 초반, 중동 ‘모래바람’ 거세다

2019-01-10 (목)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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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사우디 ‘화력쇼’에 카타르·이라크·요르단 등도 가세

▶ 호주 충격패 이어 한국·중국·일본은 모두 1골차 ‘진땀승’

아시안컵 초반, 중동 ‘모래바람’ 거세다

이란은 첫 경기부터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며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AP]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24개 출전국이 모두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가운데 이제 겨우 한 경기씩을 마쳤지만 중동 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중동의 우승후보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는 각각 5-0, 4-0의 압승으로 산뜻하게 출발한 반면 극동의 우승후보 3국(한국, 일본, 중국)은 모두 서전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상대에 1골차 신승을 거두며 무거운 첫 걸음을 내디뎠다.

3연패 위업을 이뤘던 1976년 자국 대회 이후 43년 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이란은 D조 1차전에서 약체‘ 예멘을 5-0으로 완파했다. AFC 랭킹 1위인 이란은 지난 2015 호주대회 때는 8강에서 탈락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한국 일본, 호주 등과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고 있다.

한편 사우디도 북한과의 E조 1차전에서 화끈한 화력쇼를 펼치며 4-0 대승을 거둬 이번 대회 다크호스 우승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1996년 UAE 대회 이후 23년 만의 같은 장소에서 통산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의 우승후보는 이들만이 아니다. 2022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는 E조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 레바논을 2-0으로 완파해 다크호스 우승후보급 전력을 입증했다. 또 2007년 대회 우승국 이라크는 동남아 챔피언 베트남을 3-2로 따돌렸고 우승후보는 아니지만 요르단은 대회 첫날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이밖에 개최국 UAE는 A조 개막전에서 바레인과 1-1로 비겼지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우승후보다.

반면 2015년 자국 대회 우승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호주가 B조 1차전에서 요르단에 충격적인 0-1 패배를 당해 출발부터 이변의 제물이 된 가운데 극동의 우승후보 3인방도 모두 한 수 아래 상대에 고전 끝에 1골차 신승으로 대회를 시작했다.

무려 59년 만의 정상 탈환에 나선 한국은 C조 1차전에서 필리핀에 1-0 진땀승을 거뒀고 같은 조의 중국도 상대 실책 덕에 키르기스스탄에 2-1로 행운의 역전승을 거뒀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FIFA랭킹 127위인 투르크메니스탄에 선제골과 페널티킥 골을 허용한 끝에 3-2로 힘겹게 이겼다.

이런 초반 분위기는 중동 팀들의 전력 자체가 뛰어난 데다 대회가 사실상 홈그라운드인 UAE에서 열리고 있는 것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치러진 16차례의 아시안컵 가운데 중동에서 개최된 대회는 8번이었고 그중 일본이 2000년 레바논 대회와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 우승했을 뿐 나머지 6번은 중동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시차와 기후, 문화 등 모든 것이 익숙한 조건에서 사실상 홈 어드밴티지가 있는데다 객관적 전력도 우승후보로 손색없는 팀들이 많아 중동 팀들의 위력은 상당한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대회는 이제 시작이지만 일단 기선은 중동 팀들이 잡은 느낌이다. 한국과 일본, 호주로 대표되는 극동 팀들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중동의 거센 모래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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