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겁 없는 워싱턴 새내기들

2019-01-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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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 입성한 민주당 새내기 의원들의 겁 없는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젊은 여성 정치인들은 당신이 뭐라 생각하든 상관 안 한다” “리버럴 초선의원들이 의사당을 뒤흔들어 놓은 건 새 의회 개원 48시간이 채 안되어서였다” - 제116대 연방의회 첫 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달라진 워싱턴 새 시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젊은 투지와 열정이 때론 거칠고, 경솔하게 튀어나와 민주당을 당혹스럽게 하고, 공화당에 공격 빌미를 주어도 이들은 멈출 기세가 아니다. 사과나 변명으로 물러설 뜻도 없는 듯 보인다.

취임선서 몇 시간 후 ‘F-’ 욕설을 섞어가며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다짐했던 첫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 라시다 탈리브는 사방에서 쏟아진 비난에도 굽히지 않고 “난 권력을 향해 언제나 진실만 말할 것”이라고 맞섰다.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새내기는 그녀만이 아니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한다. 이들에게 길을 닦아준 힐러리 클린턴이나 낸시 펠로시 세대와는 다르다는 것. 정치가 거의 남자들의 게임이었을 때 정계에 입문해 치밀한 전략 하에 말 한마디도 신중했던 전 세대와는 달리 이들은 단어 사용에 주저함이 없고, 감정 표출에 사과하지 않는다.

남녀평등의 세상에서 성장한 때문이기도 하고, 소셜미디어라는 강력한 무기를 능숙하게 활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9세 최연소 여성 연방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의 트위터 팔로워는 213만명을 넘기며 민주당 서열 1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팔로워를 추월했다.

새내기들의 소셜미디어 활용이 그들의 대표공약인 전국민 의료보험이나 친환경 ‘녹색 뉴딜’, 코테즈의 논란 많은 ‘최고 부유층 70% 소득세’ 제안을 입법화 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이 같은 이슈를 전국적 논쟁으로 몰아가며 민주당을 더 왼쪽으로 밀고 가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한다.

2019년 정치 수퍼스타로 뜨고 있는 코테즈의 소셜미디어는 특히 인기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공개였던 초선의원 오리엔테이션 과정을 실시간으로 올리는가 하면, 인스탄트 마카로니 앤 치즈를 만들어 보이며 유권자 질문을 받고 정치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그녀가 지난 주말엔 트위터를 통해 워싱턴의 댄싱 퀸으로 등극하며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보수진영이 그녀를 조롱하기 위해 대학시절의 그녀가 건물 옥상에서 춤추는 동영상을 공개한 후 즉각 대응에 나선 코테즈는 “공화당은 여성이 춤추는 것을 불미스럽게 여긴다고 들었다. 그들이 여성의원도 춤출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글과 함께 자신이 집무실 문 앞에서 춤추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악의적 비방에 여유로운 반격을 가한 것이다.

새내기들의 과격한 행보엔 반응이 엇갈린다. 2016년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잃어버린 ‘불타는 투지’와 활기가 되살아났다는 박수도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 조차 반대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2020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부각되는 급진 리버럴 메시지에 대한 우려다.

민주당 하원의 방향 설정에 막강 실세로 군림하려는 이들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는 펠로시의 새 시험대가 되고 있다. 2년 후에도 하원 장악을 유지하려면 보수지역에서 승리한 중도파 의원들의 재선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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