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구 탄생의 비밀

2019-0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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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살리아의 피시아스는 그리스인이다. 마살리아는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옛 이름이고 한 때 그리스 식민지였다. 지금도 마르세이유에는 피시아스의 동상이 서 있다.

피시아스는 기원전 325년 인간 세상의 경계로 여겨졌던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영국을 탐험하고 기록을 남긴 첫 번째 사람이다. 그는 영국 일주 외에도 북극권에 진입, 얼어붙은 바다와 빙산, 자정에도 지지 않는 해를 목격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랜드도 방문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이 ‘세상의 끝’으로 부르던 ‘툴레’(Thule)에 제일 먼저 도달한 인간이 그였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영국을 방문한 것은 주석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동을 만드는데 필수 원료인 주석은 희귀품으로 나오는 곳이 많지 않았는데 그 주요 산지의 하나가 영국 남서쪽 콘월이었다. 그가 쓴 ‘해양에 관하여’라는 책은 지금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후대 사가들이 인용한 부분을 보면 그가 콘월 일대를 방문한 것으로 돼 있다.


이번 주 인간은 새로운 툴레에 도착했다. NASA가 쏘아올린 ‘뉴 호라이즌스’ 우주선이 태양계 끝에 있는 ‘카이퍼 벨트’의 소혹성 ‘울티마 툴레’에 근접해 사진을 전송해 온 것이다. 지구에서 65억Km 떨어진 곳에서 보내온 이 사진은 인간이 태양계에서 찍은 것 중 가장 먼 곳에서 온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먼 곳에서 보내온 사진은 2015년 역시 ‘뉴 호라이즌스’가 보내온 명왕성 사진이었는데 이번 것은 그보다 15억 Km 더 떨어진 것이다.

이 물체는 눈덩이 두 개를 서로 붙여 놓은 눈사람 모습을 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것이 초기 지구의 모습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큰 것은 ‘울티마’, 작은 것은 ‘툴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울티마’란 ‘가장 멀다’란 뜻이다.

우주에 흩어져 있는 두 물체가 중력에 이끌려 서로 합쳐지고 다시 이와 유사한 물체가 합쳐지는 과정을 반복해 오늘의 지구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맞다면 우리는 지금 원시 지구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울티마 툴레’가 있는 카이퍼 벨트에는 이와 유사한 물체가 수십만 개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한 연구는 초기 지구 생성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있다 태양의 중력에 끌려 지구 근처까지 온 물체가 바로 혜성으로 이 중 상당수가 ‘울티마 툴레’처럼 눈사람 모양을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계 내 다른 혹성들도 초기 모습들은 이와 유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티마 툴레’에 관한 첫 사진은 아직 흐릿한 단계인데 그곳까지 가는 햇빛이 지구의 1/900에 불과하고 촬영도 5만Km 거리에서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하다. 그러나 ‘뉴 호라이즌스’가 2,200Km까지 접근하면서 계속 자료를 보내오고 있어 ‘울티마 툴레’의 정확한 모습과 지층, 이를 이루고 있는 화학성분 등 자세한 정보가 곧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지구에서 수십억 Km 떨어져 있는 천체까지 조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지구 탄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인간은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며 그것이 지금의 인류를 있게 한 발전의 원동력이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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