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ccidental Peak (5732’)
등산로 풍경.
Occidental Peak의 모습.
우리 남가주 일원의 산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간혹 특정대학의 이름이 헌정되어진 산들을 대하게 된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으로는, Palm Springs 지역의 Mt. San Jacinto(10834’)의 주위에 있는 Cornell Peak(9750’), Harvard Peak, Yale Peak이 있고, Pasadena 지역의 Mt. Wilson(5710’) 의 주변에 있는 Mt. Harvard, Yale Peak 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름의 대학들이 우리 가주 소재의 학교들이 아닌 타주의 학교들이라는 데서 다소 아쉬움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미합중국으로서의 우리 가주의 역사가 그만큼 짧기 때문에 야기된 현상이라고 하겠다.
즉 본격적으로 가주의 국토 측량이나 지형조사가 주로 1800년대의 후반이거나 190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 당시 이곳 가주에서 활동한 인사들은 아직은 가주에 이렇다 할 대학들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초기단계의 소규모였기에, 주로 동부의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동부의 Ivy League 를 비롯한 주요대학들의 설립년도를 보면, Harvard 1636년, Yale 1701년, Princeton 1746년, Columbia 1754년, Brown 1764년, Dartmouth 1769년, MIT 1861년, Cornell 1865년 등이다.
이에 비해 우리 가주에 있는 대학가운데 역사가 긴 대학들의 설립년도를 보면 Berkeley 1868년, UC San Francisco 1873년, USC 1880년, Stanford 1885년, Occidental 1887년 4월, Pomona 1887년 10월, Caltech 1891년, UCLA 1919년 등이다. 이로 보면 우리 가주의 명문대학들은 동부의 Ivy League 대학들에 비하면 대략 150년 정도 뒤에 설립되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가 아는 바로는 우리 남가주에 있는 산들 중에 우리 가주에 있는 대학의 이름이 산에 붙여진 경우는 오직 Occidental Peak 이 있지 않나 싶다. Angeles 국유림 안에 있는 Throop Peak(9138’)은, Pasadena에 소재를 둔 세계최고의 소수정예 공과대학이랄 수 있을 Caltech의 설립자인 Amos G Throop(1811~1894)의 이름에서 기인했는데 이는 대학 자체의 이름은 아니니까 제외하고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한인들 가운데는 Occidental College와 Occidental Peak을 아시는 분이 많지는 않으리라 여겨지는데, 이 대학은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으로 LA북동부의 Eagle Rock지역에 있으며, Barack Obama 전 미국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하다.
또 이 Occidental Peak은 Mt. Wilson 정상에서 San Gabriel Peak쪽으로 Mt. Wilson Road를 따라 북서쪽으로 대략 2마일 거리에 있는데, 이 산의 존재를 알고 또 이를 오르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기록을 보면, 1915년 경에 Peter Goodel과 일군의 Occidental College의 학생들이 Mt. Wilson에서 이 산의 정상까지 등산로를 개설하였는 바, 이들의 노고에 대한 배려로 Angeles국유림의 Supervisor였던 Rush Charlton이 1920년에, Knifeblade Ridge로 호칭되던 이곳을, 그들의 소속 대학 이름을 붙여 Occidental Peak으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Sierra Club의 창설자인 자연주의자 John Muir(1838~1914)가 이곳에 등산로가 개설되기 훨씬 전으로 아직 ‘칼날 능선’으로 불리던 시절인, 1877년 8월에 이곳을 올랐었는데, 이 산이 그가 Angeles 국유림 안에 있는 HPS List의 산으로는 유일하게 등정한 곳이라고 한다.
실제 이곳에 올라보면 예전에 사람들이 왜 ‘칼날 능선’이라고 불렀는지 이해하게 된다. 세월이 지난 지금에는 1956년에 전면 개통되었다는 2번 도로와 또 Mt. Wilson Road를 이용하여 아주 쉽게 이 산에 오를 수 있으나 예전에 이러한 도로들이 없었을 때에는, 남쪽으로는 Eaton Wash의 아스라한 절벽과, 북쪽으로는 San Gabriel Fault 의 깊은 함몰계곡 사이에 동서로 가늘게 능선으로 이어져 있는 이 산을 오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주 좁은 폭으로 이어지는 이 Knifeblade 능선에, Mt. Wilson Road를 내느라 북쪽 기슭이 더욱 깎여졌으니, 이제는 아예 ‘면도날 능선‘이라는 표현이 되려 적합할 듯하다.
Mt. Wilson 의 서쪽 약 2마일지점에 있는 이 산을 오르는 일은 어찌 생각하면 산을 오른다기 보다는, 잊혀졌거나 아니면 오래도록 감추어진 비밀한 곳을 찾아가는 일종의 보물찾기나 숨바꼭질 놀이처럼 느껴진다.
이 Occidental Peak을 오르는 길로는, Eaton Saddle 에 차를 두고 동쪽으로 등산로를 따라가는 코스가 있으나, 가다보면 중간에 길이 잘 안보이게 되고 또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어, 이 코스보다는 Eaton Saddle에서 Mt. Wilson Road를 따라 동쪽으로 1.5마일을 더 들어가서, 첫 번째로 있는 높은 안테나 스테이션인 ‘KCBS TV/FM Tower’ 옆에 주차하고, 서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는 코스를 안내한다.
왕복 2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200’로 산행시간을 90분 내외로 보면 되는 쉬운 코스이다. 시종 짙은 나무그늘의 좁은 산비탈을 따라가도록 길이 나있어, 전망보다는 바위와 Oak 숲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산행이며, 하루 온종일 시간을 내어야 하는 곳 이라기보다는, 이 지역을 오가며 2시간 정도 여유시간을 낼 수 있을 때, 덤으로 추가하여 오르면 더욱 좋을 만한 산행이다.
가는 길I-210의 La Canada지역의 Angeles Crest Highway(SR-2) 북쪽 출구로 나와 SR-2를 따라 동쪽으로 14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Mt. Wilson Road가 갈라지는 곳에 이르는데, 이곳이 Red Box 라고 부르는 곳이다. 여기서 오른쪽의 Mt. Wilson Road 를 따라 2.5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길이 갈라지는 3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이 Eaton Saddle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직진으로 1.5마일을 더 간다. 오른쪽으로 높은 통신용 안테나가 있고 왼쪽으로는 주차공간이 있다. 이곳에 주차한다.
등산코스주차한 곳에서 길을 건너 앞쪽의 통신 안테나가 있는 산줄기 쪽으로 가서 사람들이 오르고 내린 발자취를 찾아내어 그를 따라 비탈면에 올라선다.
발자취가 눈에 안 띌 때는 30m 쯤 왼쪽에 있는 안테나 관리소의 정문 앞으로 가서 오른쪽(북쪽) Fence에 바짝 붙어서 등산을 시작하면, 곧 분명한 등산로에 합류케 된다.
처음에는 Fence를 왼쪽에 두고 Fence를 따라가는 모양새로 산행이 시작되는데, 대략 10분을 걸으면 안테나 관리소의 Fence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게 되고, 칼날 능선 위에 시멘트로 잘 축조한 깔끔한 헬기 이착륙장이 나온다. 여기서는 3면의 전망을 두루 잘 볼 수 있다.
이 헬기장의 맨 끝으로 가서 왼쪽의 산줄기로 내려서면 이곳에서 다시 서쪽의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에 오를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자못 가파르고 거친 비탈을 횡으로 따라가는 코스가 되는데, 돌출된 바위들과 푸르게 우거진 Oak Tree 들의 조화가 심산유곡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왼쪽은 Eaton Wash로 떨어지는 가파른 벼랑이고, 오른쪽은 저만큼 아래로 Mt. Wilson Road가 대략 30~100m의 거리를 두고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실로 예리한 능선이 아닐 수 없다.
등산을 시작한지 30분쯤이 되면 Occidental Peak의 정상(5732’)에 닿게 된다. Mt. Wilson 정상(5710’)보다 조금 더 높은 곳이지만 밀집된 나무들에 가려 이렇다 할 전망은 없는데, 나무들을 비껴 남쪽으로 몇 걸음을 옮기면 서쪽 가까이로 Mt. Markham 과 Mt. Lowe 가 멋진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돌무더기 안에 정상등록부가 있다. 비록 많은 등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대한 자연주의자 John Muir 도 언젠가 바로 이 자리에 섰었다는 생각을 해보면, 광음속의 덧없는 나그네로서의 인생행로에 대한 애잔한 감회도 덤으로 느껴볼 수 있는 코스라고도 하겠다.
올라온 그대로를 되짚어 내려온다. 급경사진 비탈이 많아 자칫 부주의로 돌을 굴리게 되면 바로 저 아래의 Mt. Wilson Road 에 낙석이 되어져서 지나는 차량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십분 주의해야 겠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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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