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지만 확실한 행복

2018-12-29 (토) 박혜서 / 소노마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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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형석 교수님 강연을 들었다. 100여년을 올곧게 살아오신 교수님 말씀이 마음깊이 다가왔다. 퇴직 후 해보고 싶은 일, 보람있는 일을 찾아 계속하라고 했다. 경제나 정치는 살아가는 수단이고, 더 높은 가치는 학문이며, 학문보다 더 높은 가치는 인간에 대한 봉사임을 강조했다. 2018년 신조어로 유행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처럼 매일매일 일상에서 작지만 행복한 일을 만들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듯하다.

나는 한국에서 명퇴 후 미국에서 그림공부와 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칼리지에서 아트를 배우고 소노마한국학교 교장을 맡으면서 주립도서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월, 수, 금요일 스토리텔링 타임반을 돕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3~4세 어린이들을 돕는 일이 즐거웠고 영어가 어려운 내게 딱 어울리는 봉사활동이었다. 가끔 한국학교 학생들의 동생들도 오고 세 살 되기를 기다린 손녀도 참여했다. 크리스마스 때는 어린이들과 양로원 위문도 갔다. 노래와 율동을 하고 세 살짜리 손녀는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그 손녀는 지금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다.


두번째 봉사활동은 지금 내가 계속하고 있는 시니어 피트니스 클래스 봉사이다. 헬스센터에서 시니어 피트니스 트레이닝 3일 인텐시브 훈련을 두번 받은 후 성취 증명서를 받았다. 전임 운동 강사와 함께 피트니스 클래스를 돕는 일로 화, 목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봉사한다. 크고 작은 공들과 고무밴드, 아령, 줄넘기 등을 준비, 정리하고 14가지 운동 종목을 도와주는 활동이다.

시니어 피트니스 클래스에 아시안은 나 혼자다. 그런데 지난 7월 운동 강사인 스테파니가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뉴욕 주로 떠나 지금은 나 혼자 피트니스 클래스를 이끌어가는 중이다. 다양한 운동기구를 활용해 한국 국민체조를 접목한 운동 방법으로 운동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14가지 운동 종목과 구령, 복식호흡 강조만 영어로 하면 되니 나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 ‘일상의 여백’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정의했다. 새해에는 나만의 ‘소확행’과 봉사활동 하나씩 가져보길 기원해본다.

<박혜서 / 소노마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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