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금 돼지의 해’

2018-1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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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돼지와 함께 산 지는 오래 된다. 지금부터 1만3,000년 전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던 멧돼지를 길들여 지금의 돼지로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뭐든 잘 먹고 번식력이 강한 돼지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인기 있는 가축의 하나다. 지금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돼지 수는 10억 마리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돼지고기에 대한 각국의 태도는 극과 극이다. 한국에서는 삼겹살이 국민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중국인들도 돼지고기를 최고 식재료로 치지만 유대교와 회교 문화권에서는 돼지고기 먹는 것을 율법으로 금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돼지가 가리지 않고 아무 것이나 다 먹어 더럽다는 설, 유대교와 회교권이 주로 더운 지역이어서 쉽게 고기가 상하기 때문에 먹지 못하게 했다는 설 등이 있다.

흔히 돼지 하면 미련한 동물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에머리 대학의 로리 마리노와 크리스천 콜빈에 따르면 돼지는 개나 침팬지, 돌고래에 가까운 지능을 갖고 있다. 돼지는 기억력이 좋아 미로를 잘 통과하며 상징 조작을 이해하고 다른 돼지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며 조종간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일 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돼지는 비참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다. 돼지의 자연수명은 10년 정도지만 대부분 돼지는 좁디좁은 공간에 갇혀 살다 6개월 만에 도축되며 어미 돼지는 발정제를 맞아가며 새끼를 낳다 3~4년 뒤 죽는다. 돼지의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경제적 현실의 벽에 부딪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내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의 해’다. 육십갑자로 따져 돼지띠 기해년인데 ‘기’자가 노란 색을 뜻하기 때문에 ‘황금 돼지의 해’란 이름이 붙었다. 12년 전인 2007년은 정해년이었는데 이 때도 ‘황금 돼지의 해’로 불렸다. 그러나 ‘정’은 붉은 색을 뜻하기 때문에 ‘붉은 돼지의 해’가 정확한 표현이라는 게 한문학자들 이야기다.

그러나 ‘황금 돼지의 해’에 태어난 아기는 복을 타고난다는 속설에 넘어간 한국 부모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바람에 그해 출생률은 전년에 비해 10% 늘어난 49만3,000명을 기록했다. 진짜 ‘황금 돼지의 해’인 내년에도 관련 업계의 마케팅에 힘입어 출산율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저출산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사회에 희망의 빛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돼지해에 태어난 사람은 호랑이와 양, 토끼띠와 잘 어울린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 또한 설일뿐이다. 그렇지만 맹물이라도 특효약이라고 믿고 마시면 정말 효과를 내는 ‘플라시보 효과’처럼 상대방이 자기와 잘 어울리는 띠라고 믿고 열심히 살면 행복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조폐공사가 내년 ‘황금 돼지의 해’를 앞두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새해를 기원하며 웃음 가득한 아기돼지의 모습을 담은 ‘돼지의 해 미니 골드바’ 3종을 출시한다고 한다. 조폐공사는 2014년 갑오년부터 12간지 미니 골드바를 시판하고 있다.

‘황금 돼지의 해에 태어나면 복을 받는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지만 자녀가 축복받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염원이 담겨 있다. 모두에게 즐겁고 복된 새해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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