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딜 가나 예쁘고 환한 트리가 장식되어 있어 성탄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겨울 풍경이 삭막하거나 크리스마스 기분이 안 난다 싶으면 일부러 크리스마스 관련 동화나 책, 영화를 찾아보게 된다.
요즘 흔히 들리는 ‘루돌프 사슴코’라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있다.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안개 낀 성탄절 날 산타 말하길,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루돌프 사슴코는 길이길이 기억되리”
루돌프는 산타클로스가 탄 썰매를 끄는 순록이다. 순록은 초식동물로 사슴과 달리 암수 모두 뿔이 있다. 주로 스칸디나비아, 그린란드 등 추운 지방에 살며 산타의 고향인 핀란드 북부에도 있다. 북극 사람들에게 우리의 소, 말처럼 소중한 존재인 순록의 코는 빨갛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합동연구팀에 따르면 순록의 코가 빨간 것은 추위에 잘 견디도록 모세혈관이 집중되어서라고 한다.
1939년 로버트 메이가 쓴 ‘빨간 코 사슴 루돌프’란 미국 동화는 작가의 아내가 암으로 매일 병상에 누워있자 어린 딸이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하며 상처를 많이 입었고, 아버지 메이는 빨간 코 때문에 놀림을 받던 루돌프가 그 빨간 코로 인해 안개 자욱한 성탄절날 산타의 썰매를 끌게 되는 이야기를 썼다. 딸에게 용기와 자긍심을 주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이 딸과 열등감에 빠진 루돌프를 환하게 빛나는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가 있다. 귀여운 오리 형제들에 비해 몸집이 크고 볼품없이 태어난 미운 오리는 못생겼다고 모두 놀린다. 형제들이 따돌리고 엄마도 외면하자 결국 집을 떠난다. 마음 착한 할머니를 만나 그곳에 살게 되지만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힌 고양이와 닭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할머니집도 떠나 나뭇꾼 집을 거쳐 호숫가 근처에 살면서 겨울을 나고 봄을 맞는다.
봄이 되자 미운 오리새끼는 날개가 근질거리더니 자신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자기가 백조인 것을 알게 된 것. 호숫가의 백조들이 다가와서 같이 놀자고 한다. 드디어 미운 오리새끼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백조로 그들과 함께 살며 행복을 찾는다.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로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도 기억난다. 12월 마지막 날 길거리에서 성냥을 팔던 소녀는 아무도 성냥을 사주지 않았지만 폭력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갈 수가 없다.
골목에 앉았는데 손이 시려워 성냥불을 켠다. 성냥 하나를 켤 때마다 따뜻한 난로,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식탁,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나타난다. 네 번째 켠 성냥에서는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타난다. 너무도 그리운 소녀는 있는 성냥을 모두 켜며 ‘할머니 가지마’를 외친다. 결국 새벽녘에 외할머니 품에 안겨 하늘의 어머니를 만나러 간 소녀, 참으로 잔혹한 동화였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돌아보게 했다.
주위의 춥고 배고픈 이웃을 돌보게 하고 내가 가진 소박한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했다. 따스한 불빛 아래 반짝이는 트리, 맛있는 음식이 식탁에 그득한 풍경,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졌지만 지금은 언제라도 우리가 만들 수 있는 풍경이다.
빨간코 루돌프 사슴과 미운 오리새끼, 성냥팔이 소녀처럼 따돌림 받고 무시당하고 내쳐진 자, 춥고 외로운 자, 열등감에 빠진 이들이 기운을 찾고 자긍심을 갖고 일어서야 할 때이다. 지난 일년동안 힘들고 아프게 살아왔다면, 아쉬움과 후회밖에 안 남더라도 더 이상 지난날의 상처에 사로잡히지 말자. 불안하고 모든 것이 결핍된 현실에 처해있다지만 다 털어내고 더욱 단단해져서 새해를 맞아야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가족과 떨어져 있는 자들도 ‘나혼자 집에’ 있지 말고 이웃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우리가 그들을 초청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귀함을 알고 무리 속에 빛나는 존재로 재탄생하는데 힘이 되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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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