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은 일제히 기립, 클린턴 대통령에게 존경의 염을 표했다.”
르윈스키 게이트(Lewinskygate)라고 했던가. 숱한 여성들과의 성 추문에 휩싸였다. 그 여성들 중의 하나가 모니카 르윈스키다. 대학생이었던 르윈스키가 인턴으로 백악관에 근무하면서 1995년부터 수차례 클린턴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폭로되면서 나온 말이다.
‘권력과 섹스’- 할리웃이 즐겨 다루는 소재다. 그래서 ‘창작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할리웃은 극도의 상상력을 발휘해 꽤나 위험한 수위까지 육박하는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
그런 할리웃이다.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이 대학생 인턴과 집무실에서 정사를 갖는다는 것은 미처 상상을 못했다. 그런 면에서 할리웃은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비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드라마 콘텐츠 소재의 지평을 엄청나게 늘렸다는 점에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절정에 올랐을 때 국내 영상산업관계자가 한 말이다.
요즘은 뜸하지만 툭하면 사극 소재로 다뤄지곤 하던 인물은 장희빈이다. 역전-재역전-대반전으로 점철되는 게 장희빈 스토리다. 박근혜와 최순실, 또 정윤회, 거기다가 친 박, 진 박이니 하는 요소까지 곁들여져 여러 면에서 장희빈 스토리를 훨씬 능가한다.
때문에 훗날 극작가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할 드라마 소재로 최순실 게이트는 음미되고 또 음미될 거라는 비아냥거림이다.
‘이러다가는 흥행 면에서 최순실 게이트도 그만 빛을 잃고 마는 것은 아닐까’-.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게이트 급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 전개과정이 막장 드라마를 뺨친다. 점입가경도 그런 점입가경이 없다. 그래서 드는 기우(?)다.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정권 후반부에 터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출범 1년 6개월 정도 시점에서 불거진 게 민간인 사찰 의혹이다. 그러니 타이밍에서 훨씬 앞선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관 소속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의혹을 폭로하고 나서자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한 말이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데자뷔(기시감)라고 할까. 정윤회 문건이 폭로되자 ‘찌라시 한 장으로 웬 난리냐’는 호통이 당시 청와대에서 나왔다.
뭐랄까. 스스로 권력에 취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까. 그 점에서는 닮았다. 그런데 호통의 당사자가 다르다. 당시에는 최고 권력이 직접 한마디 했다. 이번에는 일개 수석이 나서 인신공격성의 막말을 해댄 것. 그런 면에서 그 증세가 더 중증이라고 할까.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데 아무리 봐도 미꾸라지 한 마리의 분탕질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데 있는 것 같다.
전직 총리의 아들과 노무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 공항철도 등에 대한 사찰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추가폭로에다가 민간인 사찰은 청와대 윗선 지시에 의해 이뤄졌으며 상관으로부터 ‘문제가 될 만한 정보를 가져오면 1계급 특진시켜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그런데 청와대의 해명이란 것이 도무지 앞뒤가 안 맞아 하는 말이다.
그나저나, 이러다가 한국의 드라마 월드는 시청률 급락 비상사태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닐까. 막장 드라마보다 더 저질스럽고 자극적인 현실 정치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