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주행, 북한 인권정책

2018-12-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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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목숨을 잃은 언론인은 12월 10일 기준, 최소 52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전투를 대표하며 지금 세대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타임지가 2018년의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쓰다가 살해된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 등 ‘목숨을 잃거나 감금당한 언론인들’을 선정하면서 밝힌 선정 이유다.

무엇에 이들은 목숨을 걸었나. 그 답은 한 단어로 응축되는 것 같다. 인권이다. 인권탄압, 아니, 인권을 말살하려드는 국가 공권력 등의 만행을 밝히려다가 이들은 목숨을 잃은 것이다.


12월 10일은 세계인권의 날이다. 그래서인지 새삼 들려오는 것이 인권관련 뉴스들이다.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 선정도 그렇고 미국이 북한을 인권 유린국가로 지목해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정권 핵심인사 3명을 제재대상에 추가한 것도 그렇다.

특히 관심을 끈 건 문재인 대통령의 세계인권의 날 기념사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그러니 기대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은 민족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과 관련된 구체적 발언은 하지 않았다. 같은 날 나온 ‘북한의 인권 유린은 전 세계 최악(worst)’이라는 미 국무부 성명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할까.

“난민캠프에 가서 봉사하고 지원하는 등 세계 인권문제에 한국국민들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인권의식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인권 앞에 북한이란 단어만 붙으면 180도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내의 한 NGO 종사자의 말이다.

인권을 이야기하다가 북한 쪽으로 가면 38선에서 딱 멈춘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로 자처하는 사람일수록. 어디서 비롯된 현상일까. “우파정권은 북한 인권문제를 체제유지 이데올로기로 악용해왔다. 그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 한 쪽에서의 지적이다. ‘딴은…’ 이란 생각도 든다.

좌파, 혹은 진보주의는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사회를 도덕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운동, 혹은 철학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권력 3대세습에, 인권이 말살되는 수령유일주의, 사이비 종교국가 북한 참상에 가장 먼저 분노해야 할 그룹은 좌파 지식인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북한인권을 악용한 그동안의 병폐를 상당부문 인정한다고 쳐도.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그런 한국적 현상은 외국의 인권단체에 어떻게 비쳐질까. 이해가 안 된다, 그로테스크하다 등으로 대별되는 것 같았다. 그러던 것이 ‘분노마저 느껴진다’로 변하고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그래서 기대가 높았다. 그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인권정책이 오히려 역주행을 하고 있는 데서 특히.

탈북자와 북한인권은 금기어가 됐다. 북한인권재단은 문을 닫았다. 거기다가 북한인권운동가들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에드 로이스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이 충격적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을까.

그나저나, 인권문제는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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