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마녀사냥!!!”

2018-12-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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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요즘도 거의 매일 계속되고 있다.

2016년 선거 당시 트럼프가 시인한 것 이상으로 측근들이 러시아와 접촉했고 트럼프가 선거법을 위반하면서 두 여성의 성관계 폭로 입막음용 돈을 지불하도록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수사기록이 법원에 제출된 특검의 ‘빅 데이’ 다음 날인 8일에도 새벽부터 대통령의 트위터가 불을 뿜었다. “2년이 지나고 수백만장 서류가 작성됐어도 공모는 없었다…마녀사냥을 끝낼 때다!”

“마녀사냥!!!”은 특검을, 미디어를, 민주당을 역공하는 트럼프의 단골 구호다. 온라인 미디어 ‘복스’에 의하면 2018년 들어서 트윗에 ‘마녀사냥(witch hunt)’이란 말을 사용한 것만도 110차례가 넘는다.


4월 “완전 마녀사냥!!!” 5월 “2,000만 달러짜리 마녀사냥” 6월 “미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 12월6일 “가짜 러시아 마녀사냥이 없었다면 내 지지율은 75%에 달했을 것” 12월7일 “특검의…최종 마녀사냥 보고서” 12월10일 “민주당은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마녀사냥!”…

막바지로 치닫는 뮬러 특검의 수사가 대통령에게로 좁혀들수록 트럼프 공격의 강도 또한 높아지고 그러는 한편에선 트럼프의 “마녀사냥!” 남발에 대한 논쟁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비극적 역사의 한 부분을 상징하는 이 용어가 왜곡 오용되고 있다는 지적인데 ‘복스’의 해설기사 “마녀사냥…세일럼에서 도널드 트럼프까지”도 그중 하나다.

트럼프만이 이 용어를 난데없이 사용한 것은 아니다. 억울하게 비난당하고 악의적 조사의 표적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호소하는 항의는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과 1970년대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에도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상원 워터게이트 특별조사위와의 대결을 정치적인 것을 넘어 생존투쟁으로 보았던 닉슨은 상원 청문회가 “부당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믿었고, 조 매카시 상원의원의 악의적 공산주의자 색출 조사의 반대자들도 ‘마녀사냥을 멈추라’고 비난했다.

당시 매카시즘 피해자의 한 사람이었던 극작가 아서 밀러의 집단 히스테리 ‘광풍’을 고발한 희곡 ‘시련’은 1692년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 빌리지에서 실제 벌어졌던 ‘세일럼 마녀재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종교적·정치적 음모들이 얽힌 세일럼 마녀재판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선 아직도 이견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마녀로 몰린 힘없고 무고한 주민들 중 19명이 교수형에 처해지고 1명이 돌에 깔려 죽음을 당했으며 그 박해는 부당한 ‘마녀사냥’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고 권좌의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캠페인에 대한 수사를 (많은 증거가 드러나는데도)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당했던 비극에 비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지적이다.

특검의 신뢰도 폄하와 핵심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인 트럼프의 “마녀사냥!!!” 공격은 전혀 멈출 기세가 아니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트윗에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만약 한마디를 한다면 트럼프가 애용했던 다음의 구절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LA타임스는 조언했다 : “계속 지켜보라(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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