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 장래 망치는 엇나간 자식사랑

2018-12-10 (월) 박문규 민주평통 LA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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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장래 망치는 엇나간 자식사랑

박문규 민주평통 LA 협의회

지난 넉달 동안 서울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성적 급상승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더니 결국 수사기관의 수사에 따라 학교에서 쌍둥이 자매 성적 0점 처리 및 퇴학조치, 아버지 교무부장은 파면 절차를 밟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가 보다.

쌍둥이 자매의 내신성적은 아버지 교무부장이 1학기 기말고사부터 2학년 1학기까지 모두 5차례 정기고사 문제를 자녀인 쌍둥이 자매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아왔다. 이 자매는 1학년 1학기에는 각각 전교 59등, 121등이었는데 시험지 유출 정황이 발견된 1학년 2학기에는 각각 전교 2등과 5등으로 급격히 향상되었고, 2학년 1학기에는 문과 이과 각각 전교 1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아버지 교무부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지만 경찰의 압수 서류조사에서 전 과목 정답만 적힌 암기장이 발견되었다.

이제 자매의 성적 0점 처리 및 퇴학조치, 교무부장의 파면 조치로 끝나고 안정되는가 싶었는데 더 큰 문제는 숙명여고의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이 학교에서만 일어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닐지 모른다는 내신부정 의혹 확산이다.


이제 한국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전국 모든 고등학교의 내신비리를 찾아내 처벌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신비리 의혹 제기 글이 잇따르고 있으며, 국민 모임은 “숙명여고 내신 비리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허탈감과 배신감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대입제도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관한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엇나간 아버지의 사랑이 두 자녀의 명예와 장래를 송두리째 망쳐버렸고 열심히 공부하는 수많은 학생들의 학구열을 무너뜨리는 처참한 환경으로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자기 자녀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자녀 사랑은 언젠가는 좋지 못한 결과로 끝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한 사람의 이기적이고 엇나간 자식 사랑이 자신의 자녀는 물론 얼마나 큰 교육적 국가적 손실을 야기하게 되는지 확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여 이 기회에 대학으로 떠나는 자녀에게 부담이 될 정도의 관심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면서 늘 A 학점을 받아야 된다고 말하던 어느 아버지, 그 자녀는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뜻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자 1년후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한다.

대학으로 떠나는 자녀를 둔 아빠 엄마들, 자녀가 공부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조용히 살펴보며 불편 없이 최선을 다해 공부하도록 뒤에서 도와주고 격려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줄 아는 부모가 되어주면 어떨까. 이제는 그들이 알아서 자기의 길을 개척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두번 다시 숙명여고 학사비리 같은 일이 반복 되지 않기를 바라며.

<박문규 민주평통 LA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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