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12-08 (토) 임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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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제 각각이다. 때로는 믿을 수도 없고 입으로 내뱉는 말마다 앞뒤가 맞지 않으며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사랑으로 끌어안으며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살면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기 쉽지만 그래도 이러한 삶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에게 선의의 친절을 베풀 때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베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쉬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우리는 많은 경우 판단을 강요당하면서 알게 모르게 속고 속이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인정해주는 것 같다가도 조금만 이해관계가 사라져도 무섭게 등을 돌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슬퍼하고 분노하면서 복수하기 원하는 충동에 휩싸이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신앙과 자세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찍이 유일한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남의 말을 경청하되 그 사람의 입장에서 들어주고 그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음이 참으로 귀하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해본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제한된 능력을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는데 그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이루었던 선행이 보답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너무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가운데 핍박을 받는다 할지라도 사랑하는 많은 사람으로 인해서 행복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오늘 하고자 하는 선한 일이 당장 잊힐 수 있지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배신당하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오늘 할 일을 감사함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이웃을 위해 나에게 있는 최고의 것을 나눈다면 이 땅에서 작은 영광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매일의 삶 가운데 발생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잔잔한 행복이 있을 것을 확신한다.

<임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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